'미세먼지 탓' 한전 1분기 역대최대 6299억 적자..전기요금 오르나

한전, 1분기 기준 역대 최악의 실적 기록
최악의 미세먼지 탓에 석탄발전 가동 줄여
원전가동률 75%로 올렸지만 예년비해 낮아
전기요금 인상 '솔솔'..정부 "최대한 신중히"
  • 등록 2019-05-14 오후 7:50:00

    수정 2019-05-14 오후 7:50:00

김종갑 한전 사장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국내 전력판매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전력(015760)이 지난 1분기 6299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1961년 7월 창립이후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악의 실적이다. 작년 적자의 주원인이던 원전 정비를 마치고 원전가동률을 끌어올렸지만 아직 예년 수준에 미치지 못한데다 미세먼지 문제 등으로 석탄발전소 가동을 줄인데 따른 타격이 컸다.

한전은 지난 1분기 연결기준 영업적자가 6299억원(잠정)으로 전년동기대비 적자가 5023억원 확대됐다고 14일 공시했다. 기존 1분기 최대 영업손실은 지난 2011년 4757억원이다.

1분기 매출액은 16조248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9%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7612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5107억원 적자폭이 확대됐다.

증권가에서 예상한 컨센서스(시장 평균기대치)는 419억원 적자다. 가장 부정적으로 본 KTB투자증권이 4543억원을 전망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실적은 ‘어닝쇼크(급격한 실적악화)’에 가깝다.

미세먼지 탓에 저렴한 석탄발전 가동 줄여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것은 매출이 줄어든 반면 비용은 크게 늘어난 탓이다. 예년보다 겨울이 따뜻했던 데다 지난해 2월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로 인해 전기 사용이 급증했던 기저효과가 반영되면서 전기판매수익(매출)이 3000억원 감소했다.

매출은 줄었지만 비용은 더 늘었다. 한전이 민간발전사와 발전5개 자회사에 지급한 구입전력비가 크게 늘었다. 1분기 구입전력비는 5조5387억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6664억원이 증가했다.

구입전력비가 늘어난 이유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석탄발전 가동률이 떨어져서다. 지난 1분기 석탄발전량은 55.6TWh로 전년(64.3TWh)에 비해 크게 낮다. 전체 발전소 중 석탄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38.5%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에는 43.7%를 기록했다.

한전이 석탄발전비중을 줄인 것은 미세먼지 때문이다. 정부는 미세먼지량을 줄이기 위해 석탄발전 상한제약을 14일간 발령해 총 240기에 적용했다. 화력발전 출력을 80%로 제한하면서 석탄발전 비중이 떨어졌다.

지난 3월 노후석탄 4기(보령 1·2호기, 삼천호 5·6호기) 가동을 중지했고, 대규모 예방정비 실시로 지난 3월 석탄발전 이용률은 72.5%까지 떨어진 영향도 컸다. 태안화력 비정규노동자 김용균씨의 사망 이후 석탄발전소 2기 가동이 중단된 것도 영향을 줬다.

석탄 발전보다 전기 생산가격이 싼 원전도 가동률이 아직 예년 수준을 밑돌고 있다. 원전정비가 순차적으로 끝나면서 지난 1분기 원전 가동률은 75.8%로 전년동기(53.9%)보다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평균가동률(85%)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력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한전은 전력 생산원가가 비싼 LNG발전을 늘렸다. 하지만 국제 LNG가격이 올라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발전용 LNG가격은 작년 1분기의 경우 t당 76만7000원이었지만, 지난 1분기에는 87만원으로 올랐다. 이 때문에 한전이 전력을 사올 때 적용하는 전력시장가격(SMP)는 kWh당 110원으로 전년1분기 94.7원보다 15.3원 올랐다.

◇한전 적자 가중…전기요금 인상요구 거세질듯


한전 적자가 가중되면서 전기요금 인상 요구도 거세질 전망이다. 한전은 지난해 2080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16년 이후 3년만이다. 한전의 최대주주는 한국산업은행(32.9%)과 정부(18.2%)다. 한전의 실적이 악화하면 나랏돈을 추가로 투입하거나 전기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

물론 2분기에는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발전용 LNG의 수입부과금을 인하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용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지난5월1일부터는 LNG에 붙는 세금이 줄었다.

여기에 석탄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석탄가격은 작년 고점 톤(t)당 120달러까지 올랐다가 현재는 80달러로 내려왔다.

중국이 석탄 수입을 줄이면서 가격이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LNG가격은 지난 4분기부터 하락했다. 가격 변동이 반영되는 시차가 통상 5개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부터는 LNG발전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미세먼지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석탄화력발전 기피현상은 더 심화할 것이란 점에서 오히려 적자폭이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기요금 현실화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환경문제를 위해서는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인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국민이 싼 전기보다는 환경문제를 더욱 중요하게 판단하는지 공론화를 하고 비용 문제를 어떻게 분담할지 논의를 시작할 때”라면서 “정부와 한전도 용도별 전기요금 원가를 공개하는 등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현재 1분기 실적만으로 전기요금을 인상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실장은 “2분기에는 LNG가격이 떨어지고 미세먼지도 줄어들면서 석탄발전 비중이 늘고 원전가동률도 늘어날 것”이라면서 “1분기 실적만으로 예단하긴 이르다. 요금 인상은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만큼 최대한 신중히 판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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