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째 창고 신세…국민대 '평화의 소녀상', 이번엔 설치할 수 있을까

국민대, 평화의 소녀상 건립 두고 처장단 회의 진행 예정
지난해 11월 무산 이후 9개월 만에 재논의 시작
소녀상 추진 위원회 "아픈 역사 반복하지 않길"
재학생 합의 및 공간 부재 등 제약 여전
  • 등록 2019-08-13 오후 6:08:31

    수정 2019-08-13 오후 6:08:31

‘세움’이 지난 4월 4일 오후 서울 성북구 국민대학교 정문 앞에서 직접 제작한 평화의 소녀상을 전시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국민대 ‘평화의 소녀상’ 설치가 학교 측의 반대로 지난해 11월 무산된 이후 9개월 넘게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학교는 계속해서 논란이 되자 공식적인 소녀상 설치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국민대는 소녀상 건립을 위한 전시물 심의회를 열 계획이지만, 현실적으로 교내 설치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교수단, 평화의 소녀상 설립 논의 시작

13일 국민대에 따르면 국민대 소녀상 건립안이 전시물 심의회에 회부됐다. 국민대의 ‘교내외 전시물 설치 및 관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생들은 정규 교과목과 관련되지 않은 전시물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학생처의 예비심사를 거친 뒤 관리처에서 승인해야 한다. 관리처는 승인을 위해 처장급 교수들과 협의(전시물 심의회)를 진행해야 한다.

이 규정에 따라 국민대는 소녀상 관련 안건에 대한 예비 심사를 통과시킨 상태다. 앞으로 국민대는 소녀상 설치에 대한 처장단 논의를 빠른 시일 내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국민대 소녀상 건립은 재학생 중 일부가 주도했다. 학생 20여명으로 구성된 국민대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회(세움)은 지난해 4월부터 재학생들로부터 약 2000만원을 모금받았다. 이후 예술대 재학생이 소녀상을 직접 제작, 교내 설치를 추진했다.

그러나 제작 이후 학교 측의 반대로 소녀상 건립을 9개월 넘게 미뤄져 왔다. 지난해 11월 학교 측은 구성원 간 협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세움 측의 소녀상 건립 추진을 반대한 바 있다.

국민대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세움’이 4일 오후 서울 성북구 국민대학교 정문 앞에서 예술대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평화의소녀상을 보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학생 합의·공간 부족 등 현실적 어려움도 존재

세움 측은 학교 측에 ‘평화의 소녀상’ 심의회 회부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태준 세움 대표는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국민대 평화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대학교육을 책임지는 학교본부는 올바른 역사인식과 국제인권 및 민주적 인지성 함양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국민대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위해 성실한 모습으로 회의를 개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교내에 소녀상을 세우는 것은 후학들에게 전쟁범죄의 참상을 상기시키고 이에 맞서 계속해서 싸우셨던 할머님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가슴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소녀상이 건립되면 서울 내 대학 중 최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교내 위안부 소녀상 건립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직 학생들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 마땅한 건립 장소도 없기 때문이다.

국민대에 재학 중인 김모(23)씨는 “위안부 소녀상의 의미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교내에 설립하는 것은 고민해봐야 한다”며 “우선 방학 중 제대로 관리가 안 될 가능성도 클 뿐만 아니라 학교가 주도해서 일본에 규탄하는 모양새가 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학교들이 나서서 교내 위안부 소녀상을 건립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설치 공간이 마땅하지 않다는 점도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꼽힌다. 국민대 관계자는 “한국인이라면 소녀상 건립에 반대할 이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교내에 마땅한 장소가 없는 것이 한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눈에 띄지 않는 공간에는 동상 설립의 의미가 없지만, 그렇다고 눈에 보이는 곳에 설치하기에는 공간이 협소하다”고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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