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이 질문한 신흥국 자본유출 완화 방안…“현실성 있나요?”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프린스턴대 교수의 발표 세션
신흥국·개도국 국채 기반 채권 발행, SPV 세워 매입
이 총재, CMIM·유럽 상황 등 예를 들며 실효성 질문
  • 등록 2022-06-02 오후 5:26:05

    수정 2022-06-02 오후 5:26:05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현실 가능성이 얼마나 있나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년 만에 열린 ‘BOK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해 신흥국 자본 유출 방어를 위해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 신흥국 채권을 매입하는 방안을 주장한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프린스턴대 교수에게 직접 손을 들고 질문을 던졌다. 이 총재는 이날 컨퍼런스가 끝나는 오후 1시반까지 내내 자리를 지키며 메모를 하고 오찬까지 마치고 떠났다.

2일 오전 2022년 BOK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한 이창용 총재. (사진=한국은행)


브루너마이어 교수는 인플레이션(물가의 지속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통화긴축 기조 속에서 신흥국에서 자본이 빠져나가는 것은 소수 선진국에 의해서만 안전자산이 공급되는 구조적 문제가 원인이라면서 신흥국·개발도상국의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글로벌 안전자산 채권(Global Safe Bond)’을 발행하고 국제 특수목적기구(SPV)를 세워 이를 매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경제위기가 닥쳐 개별 국가가 발행한 채권이 안전자산의 지위를 잃더라도 선순위, 후순위채로 분류·통합된 ‘글로벌 안전자산’내의 채권은 안전자산의 지위 유지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를 만들었으나 실효성에 대한 고민이 남아 있고, 유럽 상황을 생각해 볼 때 다른 나라들에 비해 이탈리아 (채권 등 자산)에 대한 지지가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하면서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데 과연 새로운 형태의 채권 발행과 SPV 설립이 현실성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CMIM는 회원국간 위기가 발생할 경우 외화유동성을 지원해 역내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협정으로 2010년 3월 출범했다. 하지만 CMIM은 출범 이후에도 미국의 달러 부족 때문에 비롯된 유동성 위기 해결에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을 제외한 CMIM 체제가 얼마나 효과가 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실효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브루너마이어 교수는 “CMIM의 경우 충분한 규모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제도적인 문제들이 있다는 것엔 동의하지만 유럽의 경우 지난 20여년 동안 위기가 닥치면 자본 통제 장치를 설치하고 이를 이용해 왔다”고 답했다.

이 같은 고민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이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 등 양적긴축(QT)를 동반한 통화긴축 정책을 시행하면서 신흥국에서는 외국인 자본 유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달러 표시 신흥국 국채 기준물인 JP모건EMBI글로벌다변화 지수는 지난달 말 기준 올 들어 -15%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1994년 이후 28년만에 최악의 실적이다.

한편, 이 총재는 선진국의 통화긴축에 의한 신흥국 자본유출 위험뿐만 아니라 물가를 잡은 이후 다시 나타날 수 있는 구조적 저물가·저성장 위험 등 중앙은행이 고민해야 할 문제들을 ‘숙제’에 빗대 표현했다. 그는 “2년 만에 BOK컨퍼런스가 열리게 되어 기쁘고 좋다”면서 “(중앙은행의 역할과 변화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는 자리”라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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