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금융당국은 최근 대규모 손실을 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사태와 관련해 엄정대응하기로 했다. 금융 신뢰를 흔들었다는 이유에서다. 오는 23일부터 합동검사를 진행한 뒤 불완전판매 정도에 따라 금융사에 책임을 묻고 피해자를 구제할 계획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23일 서울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포용적 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 협약식 뒤 기자들과 만나 “(DLF 투자손실 사태는) 은행이 수익 창출을 위해 소비자에게 위험을 전가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며 이런 방침을 밝혔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은 금리나 환율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과 파생결합펀드(DLF)를 약 8200억원 어치 판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초자산인 독일과 영국 등의 국채금리가 갑작스레 하락하면서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 상태다. 특히 1200억원대 투자금이 몰린 만기 10년 독일 국채 금리 연계형 상품은 투자 손실률이 95%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1억을 투자했을 때 500만원 만 겨우 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윤 원장은 “금융회사의 본연은 고객의 위험을 부담하고 관리하는 곳”이라며 “검사를 통해 사태의 정확한 원인 조사와 규명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오는 23일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DLF 등의 설계와 판매과정 전반에 대해 합동검사에 착수한다.
또 윤 원장은 기대수익과 견줘 지나치게 위험한 상품으로 사기성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는 은행이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는 것 자체를 되짚어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금감원은 DLF를 포함한 고위험상품의 판매과정에서 경영진의 개입 여부도 철저하게 살펴볼 방침이다. 윤 원장은 “세밀한 내용을 들여다보고 어디까지 책임이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태가 빌미가 돼 사모형상품 시장이나 파생상품 시장 자체가 위축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파생상품의 경우 그만큼 위험성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최 위원장은 “투자자도 위험이 전혀 없는 고수익상품이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며 “(DLS와 DLF가) 이번에는 특별한 상황에서 손실이 발생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높은 수익을 주는 상품이다. 판매사는 투자자에게 큰 수익을 얻을 기회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윤 원장도 사모펀드 산업을 키우려다가 소비자들을 희생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했다.
최 위원장과 윤 원장은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제정됐다면 이번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이 법은 금융기관의 불완전 판매시 위법계약 해지권, 징벌적 과징금 부과 등을 담고 있으나 국회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