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기에 잠수함 승조원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처음 만나도 금새 친해지곤 한다. 더군다나 인도네시아 잠수함 승조원들은 한국에서 장기간 생활도 했고 훈련도 같이 할 기회가 많았기 했기 때문에 슬픔이 더욱 크다.
물속에서 3차원 기동하는 잠수함은 우주선에 비교 할 만큼 정교하고 안전하게 만들어지는 무기체계다. 그래서 나온 말이 “세상의 모든 배는 물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 물 위로 올라올 수 있는 배는 잠수함 밖에 없다”는 것이다. 잠수함은 그 만큼 안전장치가 잘되어 있어 규정만 잘 지키면 안전한 함정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번 인도네시아 잠수함 사고는 인재(人災)일까 천재(天災)일까. 사고원인을 속단할 수는 없지만 근해에 쓰나미 등 천재지변이 없는 것으로 보아 우발적인 천재(天災)보다는 인재(人災)로 보는 편이 타당할 것 같다.
인니는 1981년부터 잠수함을 운용해왔기 때문에 운용 노하우는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를 지키지 못할 때 사고가 일어난다. 금번 사고는 어뢰발사 훈련 중 일어났다고 하니 어뢰의 결함으로 인한 사고인지, 잠망경 심도로 항해 중 어뢰발사관, 함교탑, 스노클 마스트 등 큰 관통구의 안전장치 결함으로 갑작스럽게 물이 들어와 침몰되었는지 등의 사유로 추측해 볼 수 있다.
1944년 10월 대만 해협에서 미국 잠수함 탱(USS Tang:SS-306)은 자기가 쏜 어뢰에 맞아 침몰되었다. 탱함은 대만 해협에서 야간에 수상항해 중인 일본 수송선단에 대하여 어뢰를 발사했는데 어뢰가 표적을 공격하기 위해 원형 탐색을 하다가 표적으로 가지 않고 자함의 함미 부분에 명중해 55m 해저에 침몰했다.
사고 당시 함교에 함장과 같이 있던 3명, 그리고 침수되지 않은 어뢰실 부근에서 비상 탈출복을 입고 탈출에 성공한 5명 등 총 9명이 생존했으나, 나머지 승조원 78명은 사망했다. 이 사고 이후부터는 어뢰가 자함을 떠나 일정 거리(약 300m)를 이탈한 후에 표적 탐색을 시작하도록 안전장치를 보완했다.
금번 사고는 잠망경 심도로 항해 중 선체 관통구의 안전장치가 작동되지 않아 침수로 일어난 사고 일 확률이 매우 높다. 잠수함은 외부로 통하는 최소 1000개 이상의 선체 벨브를 가장 믿을 만한 재질로 만들며 안전장치를 2중 3중으로 한다. 이것을 잘 운용하지 못하면 물 위로 올라올 수 없는 재난을 당하기에 잠수함 승조원의 훈련은 혹독하다.
잠수함 승조원은 자기가 맡은 장비를 눈 감고도 작동할 수 있는 수준으로 숙달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잠수함 승조원 한명을 양성하는 데는 최소 1년의 훈련기간이 소요된다. 한국 해군은 1983년 200톤급 잠수정을 운용한 이후로 거의 38년간 인명사고 없이 안전하게 운용해 왔다.
2011~2020년 잠수함 부대 운용 통계에 따르면 우수한 잠수함 승조원 모집은 고사하고 어렵게 양성된 승조원 유출율 마저 58%에 달했다. 2021년에는 어렵게 양성된 70명의 승조원이 전역 또는 수상함으로 이직했다. 이중 힘들어서 기피하는 사유가 80%이상 이었다고 한다.
2차 대전 이후 세계 각국의 잠수함 부대는 우수한 잠수함 승조원 모집책으로 줄기차게 진급에 우선권을 부여했고 높은 잠수함 수당을 지급해왔다. 미국 해군처럼 잠수함을 타겠다고 지원하면 장려 수당을 주고 해상 출동 일수에 비례해 함정 근무 수당을 파격적으로 올려주지 않으면 승조원이 부족해 배를 부두에 묶어 놓아야 한다. 이런 상황이 온다면 이게 잠수함부대의 책임인가, 아니면 국방부와 국회의 책임일까. 미리 따져보는 지혜를 발휘하기를 권고한다.
수천억짜리 잠수함을 만들어주고 승조원 수당 수 십 억원을 아끼기 위해 배를 부두에 매달아 놓는 상황이 곧 현실화 될 것 같다. 수당 관련 법과 규정은 국익을 고려해 과감히 바꾸어야한다. 누구나 싫어하는 근무 환경에서 근무하는 사람에게 적용하라는 것이 선택적 복지 아닌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금번 인도네시아 잠수함사고는 인재(人災)에 가깝다. 인재(人災)는 인재(人材)를 모집해 잘 양성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잠수함 사고 예방을 위한 핵심, 잠수함 승조원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