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발포하라는 명령 받았다"…미얀마 경찰의 폭로

'명령 불복종' 경찰 및 가족 100여명 인도로 피신
월경 경찰관들 증언..."경찰 90%는 시위대 지지"
  • 등록 2021-03-10 오후 6:11:16

    수정 2021-03-10 오후 6:11:16

9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 시위 현장 사진 (이미지출처=AFP)
[이데일리 성채윤 인턴기자] “죽을 때까지 시위대를 쏘라는 지시를 상부로부터 받았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얀마 캄빳에서 경찰로 복무한 타 뼁(27)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경찰 규정상 시위대를 해산시킬 때는 고무탄을 쏘거나 (실탄의 경우) 무릎 아래만 쏴야 한다”며 이렇게 폭로했다. 지난달 27일 상관으로부터 시위대를 향해 자동소총을 쏘라는 명령을 거부한 뒤 국경을 넘었다는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평화시위를 벌이고 있는 국민을 향해 총을 겨눌 수 없었다는 얘기다. 그는 지난 1일 아내와 어린 두 딸을 두고 집을 떠나 사흘간 밤에만 이동하면서 인도 북동부 미조람주에 도착했다고 한다.

타 펭은 당시 자신 외에도 6명의 경찰 동료가 상관의 발포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조람에 머물고 있는 또다른 미얀마 경찰 응군 흘레이(23)도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했다. 미얀마 행정 경찰이었던 달(24)도 구금된 사람들의 명단을 작성하다 시위 규모가 커지자 현장에 투입돼 여성 시위자를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러나 이를 거부한 뒤 보복이 두려워 국경을 넘었다고 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100명 안팎의 미얀마 시민이 쿠데타 발생 후 인도 미조람주로 피신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경찰과 그 가족이다.

이들 3명의 월경 경찰관은 미얀마 경찰 내부에서도 시위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고 입을 모았다. 타 뼁은 “경찰의 90%가 시위대를 지지하지만 이들을 결속시킬 지도자가 없는 상황”이라며 “경찰은 군부의 명령에 따라 시위를 진압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미얀마 군부가 인도 정부에 탈출한 경찰들을 송환하라고 압박하고 있어 이들은 극도의 공포감 속에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한다.

미얀마 군부의 시위대 유혈 진압이 격화하면서 최근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에선 시민불복종 운동(CDM) 지지를 표명하는 게시물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군정이 아닌 국민의 편에 서는 경찰이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이날까지 미얀마 주요 도시의 고위 장교 등 600명 이상의 경찰이 군부 쿠데타에 반발해 CDM에 합류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얀마에선 지난달 1일 쿠데타 발생 이후 군·경의 총격과 폭력에 60명 이상이 숨졌고, 1800명 이상이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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