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비핵화 조치와 이에 상응하는 종전선언을 놓고 북·미 양측의 물밑 샅바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간은 나의 편’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장기전까지 염두에 둔 일종의 ‘기 싸움’으로도 해석된다. 그간 수차례 언급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전인 2021년 1월이라는 시한을 못 박을 경우 자칫 ‘시간에 쫓기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만큼 협상에서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대신 “평양에서 남북회담을 한 정상들 간에 이뤄진 얘기를 단순 반복한 것”이라고 주장한 폼페이오 장관의 언급을 두고 ‘조속한 비핵화’를 위해 비핵화 이행의 당사자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중재자인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압박성’ 발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빅딜 테이블에 ‘北제재완화’까지 오르나
일각에선 미국의 ‘종전선언’ 카드와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를 맞바꾸는 ‘빅딜’ 보따리에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와 이에 상응하는 북한의 추가 조치까지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실제 지난달 29일 리 외무상이 ‘제재 부당성’을 강조한 데 이어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도 이날 ‘제재는 미국에 대한 우리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근본 요인’이라고 규정, 최근 들어 제재완화에 부쩍 방점을 찍고 있다. 만약 북한이 핵 리스트 제출 조치 정도는 아니더라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현재 핵무기의 일부 폐기라는 ‘통 큰 결단’을 내린다면 미국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카드가 될 수 있다. 한 소식통은 “영변 핵시설과 종전선언 간 외 또 다른 폭발력 있는 빅딜이 이뤄진다면, 향후 비핵화 협상은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2차 北美정상회담, 시기·장소 확정할 듯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 등과의 면담을 통해 ‘빅딜’에 대한 교집합을 찾아낸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제2차 북·미 정상회담도 가시권에 들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애초 여건상 미 중간선거 전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컸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예상보다 빨리 이뤄짐에 따라 ‘10월 핵 담판’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는 형국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일치기 방북 일정을 마친 뒤 곧바로 한국을 찾아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장관에게 방북 성과를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방북에 앞서 6일 방일(訪日)한 자리에선 아베 신조 총리와 고노 다로 외무상에게 ‘비핵화 비용’ 문제를, 8일 중국을 방문해선 카운터파트인 왕이 외교부장과 종전선언 시 중국의 참여 여부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