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유흥·대학가 편의점 “매출 90% 급감했는데… 2차 재난지원금 제외"

클럽거리 성황 이태원 옛말…편의점 매출 90% 줄어
온라인 강의로 학생들 사라진 신촌·홍대 편의점도 직격탄
담배 파는 편의점 대부분 작년 연매출 4억 초과로 지원 제외
한국편의점주협의회 “피해 큰 특수상권 편의점 지원 고려해야"
  • 등록 2020-09-15 오후 4:51:02

    수정 2020-09-15 오후 4:51:59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이제는 정부의 푼돈 지원도 바라지 않습니다. 재정 한계로 모든 사람을 구제해줄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이번 2차 재난지원금처럼 형평성에 어긋나는 정책은 어려운 자영업자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 뿐이죠. 하루빨리 편의점을 그만두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판단해 처분을 준비 중이에요.”

이태원 클럽거리에서 몇 년 간 편의점을 운영해온 김민철(가명)씨는 매장 처분을 위해 본사와 논의하고 있다. 물건 발주도 더 이상 넣지 않는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매출은 90% 이상 급감했고,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이후부터는 김 씨의 돈을 넣어야 겨우 매장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15일 오후 서울 이태원 클럽거리에 위치한 편의점 앞 전경. 한산한 거리에 곳곳에 폐점한 술집과 식당들이 보인다. (사진=이윤화 기자)
“문 열수록 손해…빚더미 앉기 전 편의점 처분”

15일 A편의점의 수도권 지역 4개 유형 상권의 7~8월 매출을 살펴보니 가족형 주거단지와 소가구형 주거단지는 전년 대비 각각 6.8%, 8.9% 늘었다. 하지만 대학가는 -11.6% 관광지는 -4.1%의 매출 하락을 기록했다. A편의점 뿐 아니라 특수상권의 매출 하락은 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태원 등 수도권을 포함한 유흥시설 밀집 지역과 해운대 등 유명 관광지 상권 편의점 매출 타격은 더욱 심각하다. 관광지 인근 매장의 매출은 4~12% 줄었고, 술집과 노래방이 몰려 있는 유흥 상권 편의점 매출도 평균 8% 가량 감소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0일 총 7조 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연 매출 4억원 이하 소상공인과 집합금지업종, 수도권 집합제한업종에 대한 긴급재난지원급 지급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편의점 가맹점 중에서 연 매출 4억원을 초과하는 점포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편의점은 대부분 담배를 판매하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지점이 연 매출 4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를 비롯한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정부의 재난지원금 집행 기준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담배 매출 때문에 연 매출이 4억원 이상으로 분류되지만 담배는 세금 비율이 80%에 달하는 탓에 가맹점주들에게 남는 수익은 거의 없다. 코로나19로 심각한 매출 감소의 피해를 입었는데 담배 매출때문에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매출 4억원도 지난해 매출 기준이기 때문에 올해 코로나19 때문에 급격하게 매출이 하락했어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A씨는 “지난 1월까지만 해도 클럽거리 인근 매장은 저녁 시간과 주말엔 문전성시를 이뤘는데 지금은 매출이 ‘0’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본사 지원에도 한계가 있다”면서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코로나 종식을 기대하며 매장 리모델링도 하고,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버텨봤지만 주변 술집들도 가게를 내놓고 떠나는 마당에 카드 수수료도 가맹점 부담이니 편의점 처분밖에는 길이 없다”고 말했다.

15일 오전 홍대 젊음의 거리 전경. 학생들과 관광객으로 붐빌 시간이지만 행인들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유동인구가 줄었다. (사진=이윤화 기자)
대학가 상권도 온라인 강의 길어지며 ‘속수무책’

대학과 술집이 밀집한 홍대입구역 상권 역시 코로나19 타격이 크다. 코로나 이전에는 낮에는 학생들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고, 저녁 시간에는 인근 술집을 찾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2학기에도 대학은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고 있고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문을 닫는 식당이나 술집도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편의점을 찾는 손님들도 줄어들고 있다.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0대·男)씨는 최근 정부가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추진 중인 2차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에서 편의점을 제외한 것에 대한 의견을 묻자 얼굴을 붉혔다.

김씨는 “편의점이 코로나 수혜업종이라고요? 매출은 말할 것도 없고 아르바이트 시급 주기도 어려워서 가족이 돌아가며 가게를 보고 있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화가 난다”면서 울분을 토했다.

그는 “100m 인근에만 편의점이 10곳 가까이 되는데 어렵지 않다고 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매출은 70% 가까이 줄어들었고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이후에는 아르바이트 시급도 주기 어려워 내보내야 했다”고 말했다.

지하철역 인근보다 유동인구가 더 줄어든 지역은 매출 감소가 더욱 심각하다. 서강대 후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동욱(가명)씨는 “코로나로 오히려 편의점 매출이 늘었다는 언론 보도는 대체 어떤 기준으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하지만 주거지역에서나 도움이 되지 학생들도 직장인들도 없는 이런 곳에는 파리만 날린다”고 했다.

편의점주의 경영난이 심각해지자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지난 11일 입장문을 내고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는 가맹점주들을 위해 지원 기준의 보완과 재검토를 요구했다. 그러나 중소기업벤처부 등 관련 부처에서는 업종 간 형평성 등을 이유로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조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홍성길 한국편의점주협의회 대외협력국장은 “대학가, 유흥가 등은 1년치 임대료를 미리 납부해야 하는데 일반 상권에 비해 임대료가 월 1000만원 이상 비싼 곳도 많다.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는 줄폐업 말고 답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매출과 업종이라는 일률적 기준으로 가를 것이 아니라 특수 상권의 피해가 큰 가맹점에 대한 지원만이라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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