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지난해 5월 서울 OO구에 거주하는 A씨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검사라고 밝힌 남성 B씨는 “물품사기 범죄에 연루되셨습니다. 지금 당장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돈을 전달해야 책임을 피할 수 있습니다”며 다급히 돈을 요구했다. 순간 당황한 A씨는 남성의 말에 그대로 속아 수천만 원의 현금을 금감원 직원이라는 자에게 계좌이체 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B씨는 전형적인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사기범이었다. 경찰에 붙잡힌 B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14회에 걸쳐 5억2000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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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전화금융사기, 가상자산(코인) 유사수신 등 사기 피해가 늘고 있다며 대대적인 ‘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 특히 설 연휴기간 피해 사례가 급증하는 만큼, 가족·친척·친구·연인 등 지인이 모이는 자리에서 예방법을 공유해 피해 방지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7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가상자산 유사수신 사기 피해액은 3조1282억원, 전화금융사기 피해액은 7744억원에 이른다. 가상자산 유사수신 사기 규모의 경우 전년(2136억원) 대비 15배가량 폭증했다.
최근 가장 흔한 사기 수법은 “낮은 금리 대출로 바꿔준다”는 등의 ‘미끼문자’를 보내서 전화를 유도하거나 “범죄 혐의에 연루됐다”며 경찰·검찰·금감원 수사관·직원을 사칭하는 방식 등이다. 두 가지 모두 최종 단계에선 현금을 찾아서 자기가 보내는 직원에게 전달하거나 계좌 이체를 유도한다. 하지만 이는 모두 사기행위다. 정부·금융기관은 현금 전달을 비롯해 계좌이체, 전화상으로 금융정보·개인정보를 요구를 일체 하고 있지 않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경찰은 피해 예방법으로 의심스러운 전화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출이 필요할 경우 모르는 번호로 온 문자로는 전화하지 말고, 금융업체에 직접 연락하는 것을 권했다. 또 모르는 사람이 권유하는 앱은 설치하지 말고, 문자 등 출처가 확인되지 않는 인터넷주소(URL)는 클릭하지 말아야 한다고 안내했다.
가장자산 불법행위 사기에도 경각심이 요구된다. 가짜 가상자산 거래소를 만들어 투자자 1만2000여명으로부터 550억원을 넘게 가로챈 사기 조직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힌 사례도 있었다.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한 달 동안 캐나다 유명 거래소 ‘비트바이’를 도용한 허위 가상자산 사이트를 만들어 피해자들아 가입토록 유도했다.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아나운서 지망생이나 모델, 전문 촬영감독을 고용한 뒤 사이트를 통해 8시간마다 0.5%의 고수익을 낸 것처럼 유튜브 영상을 만들어 피해자들을 속이는 주도면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금 같은 저금리 시대에 투자원금·고수익을 동시에 보장하며 투자를 권유한다면 의심부터 해야 맞다”며 “반드시 금융당국에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설 명절에 가족·친지·친구 등 지인들에게 3분만 시간을 내어 피해 예방법을 공유해달라”면서 “가장 효과적인 예방은 소중한 사람의 관심과 당부”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