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동일본 대지진서 얻은 '국산화' 교훈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국산화 목소리 있어
하지만 3개월 후 정상화, 6개월 지나자 국산화 흐지부지
자유무역주의→보호무역주의 전환 등 무역문제 장기화 조짐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장기적 플랜 가지고 육성해야" 강조
  • 등록 2019-08-08 오후 5:22:23

    수정 2019-08-08 오후 5:22:23

7일 오후 서울시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과학기술계 대응방안’ 토론회에 참여한 패널들이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제공=한국공학한림원)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동일본 대지진 때처럼 우리가 또 다시 (국산화 중요성을) 잊어버리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7일 오후 서울시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과학기술계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지난 2011년에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웨이퍼(원판) 등 일본으로부터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도입이 어려워지면서 정부를 중심으로 관련 제품들에 대해 국산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며 “하지만 3개월 정도 지나 어느 정도 원상 복구하고, 또 6개월이 지나니 국산화 논의는 없던 일이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지난 5일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 100개 전략 품목에 집중 투자해 5년 내 공급안정을 이뤄내겠다는 내용을 담은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향후 7년 간 7조 80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글로벌 무역환경이 자유무역주의에서 보호무역주의로 바뀌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장기화할 것”이라며 “때문에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역시 장기적인 플랜을 만들어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수 솔브레인 부사장 역시 “이제부터 추진하는 국산화는 10년 후를 내다본 것어야 한다”며 “정부가 연간 1조원 이상을 소재·부품·장비에 지원하기로 했는데,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산화가 가능한 기업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과거처럼 ‘나눠 먹기 식’이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수출규제가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러한 기회를 살리기 위해 국산화한 제품을 검증할 수 있는 ‘성능평가팹’(테스트베드)이 필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박 회장은 “반도체 미세공정화를 극복하기 위해 그동안과는 다른 소재가 필요하고 이를 적용할 새로운 장비 역시 필요하다”며 “그동안 일본 등에서 도입한 소재·부품·장비를 국산화할 수 있는 적기”라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 12인치(300㎜) 웨이퍼 기반으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를 평가할 수 있는 성능평가팹이 필요하다”고 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036930) 회장은 “성능평가팹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양산성을 검증한 제품을 반도체 대기업이 의무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만일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성공할 경우 이를 주도한 관계자들에게 인센티브와 함께 인사적인 혜택을 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이 수출을 규제한 소재 3종 중 일부는 단기간에 국산화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있어 단기적인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주현상 금호석유화학 팀장은 “불화아르곤(ArF) 감광액(포토레지스트)은 국내 업체들이 이미 상용화했다”며 “하지만 극자외선(EUV) 감광액은 일본산을 대체하기 불가능하며, 국산화하는데 적어도 2∼3년 정도 기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극자외선 감광액은 10나노미터(㎚, 10억분의 1m) 안팎의 미세회로선폭을 구현하는 데 필수적으로 쓰인다. 이 공정에서는 현재 모바일에 들어가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반도체)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을 생산한다.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대한 업계 스스로의 반성도 있었다. 이현덕 원익IPS 대표는 “해외 장비기업들에 비해 후발주자로 출발한 국내 장비기업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설비를 적기에 제공할 수 없었다”며 “이들 대기업은 글로벌 1위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업계에서 가장 앞선 소재·부품·장비 기술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장비기업들이 더 노력해야 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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