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식 직무대행마저 사퇴..버려진 국민연금, 코드인사에 골병(종합)

곽 전 대표, 높은 점수에도 이중국적 문제로 최종 낙마
CIO 공백 1년..투자 집행 효율성 현격히 떨어져 목표치 20% 불과
낙하산 코드인사 과욕..정치권 각성 필요
  • 등록 2018-07-04 오후 6:44:11

    수정 2018-07-04 오후 6:55:52

[이데일리 성선화 박정수 기자] 1년째 공백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선임이 조익식(사진) 직무대행(해외증권실장)의 돌연 사퇴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해 7월 정권 이후 코드 인사를 위해 강면욱 전 본부장이 전임 CIO가 사퇴를 한 이후 ‘독이 든 성배’로 불리며 선임에 난항을 거듭 중이다.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선 자산규모 625조원으로 글로벌 랭킹 3위인 국민연금의 CIO가 1년째 공백인 사태가 조롱감으로 등장하고 있고 국민연금 내부적으로도 상반기 투자 집행이 올스톱되며 업무 마비 상태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운용 성과는 코스피 지수 상승률에 연동되는 수익률로 기금 운용 본부의 실질적인 성과로 보기 힘들다”며 “이같은 CIO 공백 사퇴가 장기화 될 경우 국민들의 노후 쌈짓돈인 연금 운용이 효율적으로 집행이 되지 않는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1년간 구재상, 곽태선 선임 눈앞 낙마…인사검증 구멍

4일 국민연금공단은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지난해 투자 성과에 대한 성과급 지급 비율을 확정했다. 지난해 기금운용본부의 운용 수익률이 7.25%로 유례없이 높다는 이유로 기본급 대비 약 60%의 성과급 지급을 확정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약 23% 대비 두배 이상 상승한 수치로 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조 직무대행은 사의를 표명하고 휴가를 떠나 기금위에 참석하지 않았다. 국민연금 관계자에 따르면 조 대행의 사퇴는 최근 내부 직원들과의 갈등이 큰 작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그의 사퇴에 대해 그만둘 것이라는 예상을 전혀 하지 못했다며 안타깝고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 직무대행은 지난해 10월 취임한 김성주 이사장과 호흡을 맞춰 강면욱 전 본부장의 빈 자리를 무난하게 채워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 대행의 사퇴로 국민연금 CIO 선임은 또다시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지난 1년간 두 차례 최종 선임을 앞두고 백지 상태에서 다시 시작한 바 있다. 지난해말 김 이사장 선임 이후 구재상 캐이클라비스 대표가 유력 후보로 떠올랐지만 펀드 청산 문제로 무산됐고 최근에는 곽태선 전 베이링자산운용 대표가 역대 후보자 중 최고 점수를 받고도 최종 탈락했다. 그의 이중 국적이 문제가 됐다는 업계의 전언이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민연금에 요구한 ‘기금운용본부장 서류 및 면접심사 결과’를 보면 서류점수와 면접점수에 각각 91.3점과 93.8점을 맞아 최고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통해 국민연금 CIO의 자리가 정치적 외압의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실력이 아닌 정치적 입김으로 좌지우지 되는 자리에 누가 자려고 하겠느냐”며 우려를 표명했다.특히 구 대표의 펀드 청산 문제와 곽 전 대표의 이중 국적이 문제가 된다면 후보 선임 전에 미리 걸려냈다야 한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6개월 동안 투자 집행 규모 5천억…목표치 20% 불과

CIO 공백이 장기화 되면서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민연금이 연간 집행해야할 대체 투자 목표치에 훨씬 못 미치는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5년과 1년 단위과 기금 운용 목표를 정하고 투자를 집행한다. 올해 상반기의 경우 약 2조원의 대체투자를 집행할 계획이었지만 이에 20%에 불과한 5000억원 수준의 투자를 결정했다. 국내 운용업계 관계자는 “해외대체 투자 실장과 주식투자실장석이 공백으로 효율적인 자금 집행이 되지 않고 있다”며 “이날 또 담당 운용역이 바뀐다는 내용의 전달해 왔다”고 말했다.

그나마 지금까지 국민연금 내부 출신으로 투자에 대한 이해도가 깊은 조 직무대행이 역할을 해 왔지만 그마저도 없을 경우 투자위원회의 의사 결정을 더욱 느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정치권과 보건복지부가 기금운용에 대한 이해가 떨지다보니 이같은 사태를 방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관계자는 “김 이사장은 취임사에서부터 국민연금의 수익률보다는 사회적 기능을 강조했다”며 “자본시장에 있어 국민연금이 가지는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온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더이상 CIO 공백을 방치해선 안 된다”며 “정치권에 입맛에 맞는 인사를 먼저 골라 놓고 선택하지 말고 제대로 된 전문가가 올 수 있게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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