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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기주 김무연 기자] 국내 토종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의 해외 진출이 점차 본격화하고 있다. 국제금융기구와 파트너십을 맺고 신흥국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거나, 특정 지역 투자를 목적으로 한 펀드를 결성해 투자에 나서는 등 방법도 다양하다.
이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PEF 운용 자산 대비 한정적인 국내 시장을 벗어나 투자 영역을 넓히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아직 선진 금융기관의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고 있는 동남아 등 아시아 신흥국이 관심을 받고 있다.
◇IMM인베스트, IFC 손잡고 신흥국 투자 나선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내 토종 PEF 운용사 IMM인베스트먼트는 최근 국제금융공사(IFC)와 함께 신흥국 인프라 공동 투자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논의 단계지만 양측 모두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조만간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공동 투자는 IMM인베스트가 동남아 등 신흥국의 에너지 인프라 관련 투자를 위한 펀드를 조성해 투자를 단행하면 IFC가 해당 기업에 대한 대출을 진행하거나 공동 투자자로 이름을 올리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에너지가 세계적인 이슈가 되면서 에너지 인프라 시장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고, 특히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MM인베스트는 2016년 6개 폐기물 소각업체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EMK)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영별합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디에스파워를 인수해 시너지 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앞서 인천종합에너지와 씨엔씨티에너지(충남도시가스)의 일부 지분을 인수하는 등 에너지와 관련된 투자를 다수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지난해 국민연금으로부터 신재생에너지 발전 및 폐기물 처리시설 등에 투자하는 그린펀드 운용사로 선정돼 1000억원을 출자받기도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IMM인베스트는 최근 국내 에너지 인프라 투자 분야에서 가장 돋보이는 운용사 중 하나”라며 “IFC 역시 IMM인베스트의 투자 이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틱·도미누스 등 운용사도 동남아 시장 공략
스틱은 최근 이 펀드를 활용해 휴대폰용 카메라생산업체 캠시스의 베트남 법인에 278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스틱이 팬아시아펀드를 통해 해외 법인에 투자한 첫 사례다.
스틱은 10년 전부터 해외 진출을 위해 꾸준히 준비해왔다. 중국, 홍콩, 싱가포트 지역에 사무소를 내고 직원 10명을 파견해 벤처캐피털(VC) 위주로 해외 투자를 집행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CJ(001040)와 ‘스틱-CJ 글로벌 투자 파트너십 펀드’를 결성해 베트남 물류회사 제마뎁, 중국 냉동물류사 룽칭물류 인수 건에 참여하기도 하며 기업 인수합병(M&A) 관련 경험을 쌓았다.
스틱은 이러한 경험과 팬아시아펀드의 자금력을 동원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스틱 관계자는 “팬아시아 펀드 전체 자금 중 20%는 현지 기업에, 20%는 우리나라 회사가 현지에 설립한 해외법인에, 나머지는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에 투자될 것”이라며 “10여 년간 해외 지역사무소를 운영하며 쌓은 네트워크와 코파펀드 등을 운영하며 터득한 투자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직접 투자는 물론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또 다른 토종 PEF 운용사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역시 지난 2015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약 600억원 규모의 현지 투자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