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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경계영 기자] 기획재정부는 최근 국제금융센터 등 연구기관에 미국 대선에 대한 보고서를 의뢰했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경제정책과 당선시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내부보고용 자료를 만든 것이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가 가장 눈여겨본 건 통상 문제다. 우리나라는 전체 수출의 13.3%(지난해 기준)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흔들리면 우리 수출도 바로 영향을 받는 구조다.
“대외정책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건 아닐지…”
문제는 두 후보 모두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은 정강에는 “미국을 최우선시하는(put America first) 무역협정이 필요하다” “해외 국가들의 자국 시장 접근을 제한한다” 등의 문구가 있다. 트럼프는 심지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도 주장하고 있다.
김후진 기재부 통상정책과장은 “통상 문제가 많이 부각된 만큼 이를 위주로 분석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행 역시 비슷하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 대선은 어느 한 부서가 전담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대부분 부서에서 관련 영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한은은 몇 달 전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당시 설마 했다가 화들짝 놀란 적이 있다. 한은은 유럽 현지 사무소의 실시간 보고를 받으면서 ‘브렉시트 부결’을 점쳤지만 예상을 깨고 가결됐던 것이다. 한은 내부는 이번 역시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는 기류가 강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장담하지는 못 하는 분위기다.
또다른 한은 관계자는 “미국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국가인 만큼 대선 이후에는 또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트럼프가 전례를 찾기 힘든 후보인 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트럼프와 클린턴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고립주의 움직임은 세계 교역과 자금흐름을 위축시킬 소지가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시장 이미 몸 움츠려…안전자산에 투심 몰려
금융시장은 이미 몸을 움츠리고 있다. 간밤 미국 국채 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인상 신호에도 이례적으로 하락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의 2년물 국채 금리는 1.58bp(1bp=0.01%포인트) 떨어진 0.8213%에 거래를 마쳤다. 채권금리가 내리는 건 채권가격이 오른다는 의미다. 정치 불확실성에 안전자산인 채권에 투자수요가 몰린 것이다.
미국만이 아니다. 간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국채금리도 일제히 내렸다. 일본 홍콩 호주 등의 국채금리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대선 불확실성의 여파가 전세계로 뻗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시장은 그동안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을 가격에 크게 반영해왔다”면서 “그래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쇼크가 더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리나라는 오히려 더 큰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미국 대선에 더해 최순실 사태까지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0.8bp 하락한 1.428%에 마감했다. 10년물 금리는 1.5bp 떨어졌다. 채권시장 한 참가자는 “미국 대선이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
윤여삼 미래에셋대우 채권팀장은 “시장은 클린턴이 당선될 경우 미국의 무난한 금리 정상화(인상)를 예상했다”면서 “트럼프 리스크의 불확실성을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 고민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