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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선언한 국내 제약사들의 면면을 보면 메이저 제약사는 물론 중소 제약사, 바이오 벤처 등 모두 20여개사에 달한다. 여기에 매달 1~2개 업체씩 추가로 이 개발 전선에 합류하는 추세여서 그 숫자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가히 국내 제약업계에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 ‘광풍’이 불고 있는 형국이다.
이 전염병이 발생한지 1년여가 지난 지금 국내 제약사 가운데 유일하게 셀트리온(068270)이 코로나19 항체치료제인 ‘렉키로나’ 개발에 성공, 그나마 업계의 체면을 세워주고 있는 모양새다.
코로나19가 창출하고 있는 천문학적인 치료제 및 백신 시장규모를 감안하면 국내 제약사들이 경쟁적으로 이 분야 신약개발에 나서는 것은 일견 당연한 결과다. 전례없는 대유행병으로 국민의 생존이 위협받고있는 상황이기에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다수의 국내 제약사들이 나서는 것은 분명 고무적이고 독려할 만한 일이다.
문제는 이들 가운데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을 개발할 역량과 진정성을 갖춘 업체들이 얼마나 있느냐이다.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특히 주가부양이나 자금확보를 위해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 개발이라는 소재를 교묘하게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실제 십수년에 걸쳐 신약개발을 진행해왔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다가 이번 코로나 사태를 맞아 코로나 치료제로 주력 개발분야를 바꾼 기업들까지 상당수 등장했다.
과거 2000년초 닷컴 버블때는 주력사업과 관계없이 회사 이름에 닷컴을 붙이는 게 유행했던 적이 있다. 회사명에 닷컴이 들어가기만 하면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다보니 빚어진 결과다. 지금은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나서는 기업라면 시장은 성공 가능성은 묻지도 않고 일단 우호적인 평가를 내리는 분위기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과거 닷컴버블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지금으로부터 1년 후인 2022년 3월,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하겠다고 나섰던 국내 제약사들은 각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부디 코로나19 대유행병이 수그러들었다는 것을 명분으로 지지부진하던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중단하겠다는 제약사들이 속출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