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지난달 25일 오후 충북 진천군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을 방문한 북한 선수단에게 꽃다발을 건네주며 환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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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분단의 땅’ 평창에 평화의 장이 열렸다. 국제사회는 패럴림픽 폐막 7일 후인 오는 3월 25일까지 모든 적대행위를 멈추자고 약속했다. 지난해 11월 유엔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휴전 결의를 채택하면서다.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상임고문을 비롯해 세계 정상급 인사들이 ‘평화의 축제’를 축하하기 위해 평창으로 모여드는 가운데 북한도 김일성 일가의 직계가족으로는 처음으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고위급 대표단 일원으로 보내기로 했다. 평화 올림픽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올림픽 휴전’의 뿌리는 기원전 76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올림픽은 고대 그리스에서 신을 기리기 위한 경기, 올림피아제전에서 시작됐다. 도시 국가 간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당시 올림피아제 기간만큼은 ‘에케케이리아’(그리스어로 ‘무기를 내려놓다’·휴전을 뜻함)를 선언했다. 1896년 올림픽이 부활한 이후 100여년 가까이 흐른 1994년 올림픽 휴전이 다시 등장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184개국의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의 서명이 담긴 올림픽 휴전 결의안을 유엔에 제출하고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면서다.
남과 북은 지난 2000년 시드니 여름올림픽 개회식에 한반도 깃발을 들고 처음으로 공동 입장하면서 세계에 올림픽 휴전 정신을 보였다. 이후 2004년 아테네 여름올림픽,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도 남북 선수들은 손을 잡고 함께 입장했다. 그러나 2008년 베이징 여름올림픽을 앞두고 남북 간 협의가 결렬되면서 올림픽에서 남과 북 선수단이 함께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남북관계가 얼어붙고 북핵위기가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황에 우리 땅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남과 북이 함께 입장하는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평창올림픽의 남북 공동입장을 두고 “정말로 역사적이고 감동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며 “이번 개막식이 엄청난 위대한 축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더욱이 남과 북은 평창올림픽을 통해 사상 첫 올림픽 단일팀 경기를 선보인다. 1964년 도쿄 올림픽 때 처음 제안되기 시작한 남북 올림픽 단일팀이 50여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갑작스러운 단일팀 구성에 논란도 없지 않았지만 한팀을 이룬 남과 북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앞서 스웨덴팀과의 평가전을 통해 보여준 모습은 벌써부터 감동을 안기고 있다. 당초 남북 단일팀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던 우리 선수단 감독 역시 만족을 나타냈다. 새러 머리 감독은 “처음 북한 선수들의 합류 소식을 듣고는 최악의 상황을 떠올렸는데 실제로 부닥쳐보니 환상적”이라며 “이제 우리 선수들은 단일팀이 하나의 가족이라고 모두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남북 단일팀에 대해 “세계 평화와 희망을 안겨주는 일”이라며 높게 평가했다.
남북 화해 무드를 넘어서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대화 의지를 내비치며 평화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은 무르익고 있다. 북한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우리측에 김정은 노동위원장의 최측근이자 혈육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파견하기로 했다.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상임고문이 폐막식에 참석하기로 한 것에 격을 맞췄다는 평가와 함께,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밝힌 ‘평창올림픽의 성공 기원’이 말뿐이 아니라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우리가 16일동안 평화를 누릴 수 있다면, 어쩌면 정말 어쩌면 우리는 영원히 평화를 누릴 수도 있다.” 국제올림픽휴전센터가 내건 슬로건이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UN 사무총장은 “평창올림픽이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적으로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도와줄 것”이라며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 올림픽’으로 화려하게 막을 여는 평창 올림픽이 우리에게 던지는 과제다. 평창 올림픽 이후 남북대화가 북미대화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