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법원장의 지속적인 불통 행보에 판사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그간 숱한 논란을 자초하며 본인뿐만 아니라 사법부의 위신 실추에 앞장서 온 김 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등 진보 성향 판사들을 주로 중용하는 이른바 ‘코드인사’로 전국 판사들에게 인사 배경을 해명하는 처지까지 이르렀다. 그간의 부적절한 행보와 맞물린 이번 코드인사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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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코드 인사는 정권 비리를 봐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 정권에 민감한 사건인 ‘조국 사건’과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맡았던 김미리 부장판사,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담당했던 윤종섭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에서 ‘3년 근무’ 관행을 깨고 각각 4년, 6년 근무했다. 특히 문재인정부의 최대 권력형 비리사건중 하나인 울산시장 선거개입사건 재판의 경우 주심인 김미리 부장판사는 1년3개월간 단 한차례의 공판도 열지 않았다. 김 판사는 다른 판사들이 공판 날짜를 정하자 휴직을 신청했고 김 대법원장이 이를 허가했다. 이 사건은 검찰 기소 2년이 넘었지만 1심판결조차 내리지 않는 등 뭉개기로 일관하고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한 한 판사는 “판사들의 총의를 대법원 사후 보도자료에서 매우 무미건조하게 적시했다”며 “법관 대표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식의 무의미한 대답만 반복하는 게 무슨 소통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김 대법원장은 그동안 수차례 부적절한 처신으로 구설에 올랐다. 취임 후 공관 외관을 이탈리아 석재로 꾸미는 리모델링을 위해 4억7000만 원 규모의 예산을 무단 이용·전용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나 비판을 받았다. 관에는 강남 아파트 분양에 당첨된 대법원장 아들 부부가 무상으로 거주하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른바 ‘공관 재테크’ 논란이 일었고, 며느리가 소속된 한진그룹 법무팀이 공관에서 만찬을 벌여 법원의 위신을 실추시켰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지난해 2월에는 더불어민주당의 법관 탄핵 소추 추진을 이유로 임성근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해 놓고 이를 부인했다가 임 부장판사가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만천하에 거짓말이 탄로나며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는 “김 대법원장은 법관보다는 정치인에 더 가까운 행적, 그리고 숱한 자질 미달 논란으로 사법부의 독립성과 신뢰성을 무너뜨렸다”며 “책임을 통감한다면 자진사퇴하는 것이 옳지만 그간 언행을 놓고 봤을 때 용퇴 압박에도 버티기에 나서면서 사법부에 대한 위상만 더욱 실추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장동 재판거래의혹 등 지금 대법원은 그 자체가 수사 대상”이라며 “김명수 대법원장이 계속 침묵으로 일관할 경우 더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