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사이에'…지능화하는 '화장실 몰카' 막는 신기술은

불법촬영 범죄 매년 5천건 이상 발생…갈수록 지능화
공중화장실 몰카 눈에 띄게 늘어나…일반인 ‘속수무책’
지자체·경찰 단속 역부족…“실시간 모니터링 한계”
몰카 탐지시스템 상용화 ‘속도’…“24시간 모니터링”
  • 등록 2021-10-28 오후 5:00:04

    수정 2021-10-28 오후 5:05:18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이달 초 경북 경주시 모 학원이 발칵 뒤집혔다. 어느 여학생이 화장실 벽 위쪽에 숨겨진 휴대전화에서 동영상이 촬영되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경찰 수사 결과 범인은 학원생인 10대 남학생 A군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봉천동의 한 상가 공용 화장실에서 휴대폰으로 몰카 촬영을 한 B씨를 입건해 조사 중이다. 그의 휴대폰에는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뒤태를 몰래 촬영한 사진 수백장을 비롯해 용변을 보는 영상 등이 저장돼 있었다.

30대 전직 교사 C씨는 재직 중인 서울 한 고등학교 여학생 기숙사와 화장실 등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불법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씨는 전등처럼 생긴 카메라를 학교 여자 기숙사 샤워실과 화장실에 설치해 약 141회 걸쳐 촬영했다. 지난 4월에는 또 다른 고등학교 1, 2층 여자 화장실에 화재감지기 모양의 카메라를 설치해 약 550회에 걸쳐 영상을 찍었다.

불법 변형카메라 예시. (사진=서연시큐리티)
다중이용시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불법 촬영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에는 육안으로 식별이 어려운 변형카메라가 나오면서 여성들의 불안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몰카 뿌리 뽑기’를 위해서는 24시간 감시가 가능한 상시형 몰카 감지 시스템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몰카범, 공중화장실 집중공략…일반인은 ‘속수무책’

경찰청이 집계한 최근 4년(2017~2020년)간 불법촬영 관련 범죄 발생 현황에 따르면 불법촬영 관련 범죄는 2017년 6465건에서 2018년 5925건, 2019년 5762건, 2020년 5032건으로 매년 하락세다. 하지만 범위를 좁히면 이야기가 다르다. 공중화장실에서 발생된 불법촬영 범죄는 2017년 320건, 2018년 657건, 2019년 657건 등으로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2020년 미집계). 불법촬영 범죄가 공중화장실로 집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공중화장실은 상대적으로 몰카에 취약하다. 최근에는 전등, 볼펜, 라이터, USB, 거울 등 외관상 카메라인지 구분할 수 없는 변형카메라가 불법촬영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렌즈 지름이 1㎜에 불과한 초소형 카메라는 눈으로 식별하기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변형카메라의 제조·수입·수출·판매·구매대행·소지 등을 관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 ‘변형카메라관리법’을 대표발의했지만 구체적 논의 없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관할 지자체와 경찰 등에서도 지속적으로 몰카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부족한 인력으로 날로 지능화하는 변형카메라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게 현장 담당자들의 전언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중화장실은 지자체가 관리하는 게 의무지만 범죄 예방차원에서 경찰도 지원하고 있다”면서도 “전담 인력이 없어 모든 화장실을 매일 점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몰카 탐지시스템 상용화 ‘속도’…“경찰 등 민관협력 강화해야”

그렇다면 초소형·고성능 몰카를 잡을 수 있는 대비책은 없을까. 불법촬영 범죄가 지능화하면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몰카 탐지 시스템 상용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은 최근 행정안전부와 함께 공중화장실 등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된 몰래카메라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일산 호수공원 내 화장실 3개소에 시범 적용 중이다. KETI는 2019년부터 경찰대학을 비롯해 유관 기관·기업과 기술 개발에 착수해 초소형 몰래카메라 탐지 모듈을 개발해왔다. 이 기술은 KETI가 개발한 전파 탐지기로, 불법 카메라로 취득한 데이터가 무선으로 전송될 때 발생하는 데이터 신호를 실시간 감지한다. 이를 시설물 관리자의 휴대폰이나 컴퓨터로 실시간 전송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슨의 상시형 몰카 탐지 시스템. (사진=지슨)
민간 기업도 몰카 탐지 시스템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보안기술 기업 지슨은 최근 ‘상시형 몰카 탐지 시스템’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상시형 몰카 탐지 시스템은 KETI의 전파 탐지기와 달리 열 감지 방식이다. 평상시 환경과 다른 열이 발생할 시 이를 감지해 몰카 장비를 식별하는 것이다. 24시간 상시 탐지가 가능하며, 초소형·위장형·무선 몰카에 이르기까지 시중에서 유통되는 모든 유형의 몰카를 잡아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몰카 탐지 시스템을 확산하기 위해 유관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몰카·도청장치 탐지업체 손해영 서연시큐리티 대표는 “몰카의 지능화, 진화에 대비하기 위해 경찰과 기업이 상시 협력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불법촬영물 유통 방지 대책과 법령 정비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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