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F 2020]"1인가구 대세..세탁은 대행, 음식은 배달"

11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인구구조가 바꾸는 소비패턴 산업'
의식주 산업 대세로 자리한 1인 가구 중심 재편 분주
세탁대행 '런드리고' 서비스로 주거공간 키우고
식품은 간편식 중심, 편의점은 플랫폼화
  • 등록 2020-06-11 오후 5:22:18

    수정 2020-06-11 오후 9:31:23

[이데일리 전재욱 유현욱 박순엽 기자] 세탁 방식을 혁신해 주거 공간을 넓히고, 배달 음식의 조리 방식을 간편식으로 늘리는 것. 팽창한 1인 가구가 의식주(衣食住) 산업의 대세로 자리하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소비력을 갖추고 상대적으로 젊은이들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오프라인 산업이 축소될 것을 우려하기보다 상생하는 길을 찾는 게 생산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한유순 스테이션3(다방) 대표와 조성우 의식주컴퍼니(런드리고) 대표, 김성기 GS리테일 편의점사업부 지원부문 상무(왼쪽부터)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Discussion에서 ‘인구구조가 바꾸는 소비패턴과 산업’이란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첫날 주제인 ‘인구쇼크, 한국사회 진단’을 이어 ‘인구쇼크, 기회로 바꿀 전략’을 주제로 열린 ‘제11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은 금융과 제조, 소비 등 각 분야에서 인구변화를 어떻게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한다.
◇1인 가구로 재편하는 의식주 산업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는 11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마련한 ‘인구구조가 바꾸는 소비패턴과 산업’ 세미나에 나와 “우리 서비스가 정착하면 세탁 공간을 없애 주거 공간이 늘어나리라고 믿는다”며 “세탁 방식을 혁신하면 주거 문화가 혁신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의식주컴퍼니는 모바일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 운영 업체다. 비대면으로 세탁물 수거·세탁·배달을 해결할 수 있다.

서비스가 겨냥하는 이용자는 1인 가구다. 조 대표는 “늘어나는 1인 가구는 좁은 전용면적에서 거주하는데, 거기에 세탁기가 필수로 들어가 있다”며 “런드리고는 ‘의’(衣) 서비스이지만, 세탁을 혁신하면 ‘식’(食)과 ‘주’(住)를 혁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탁에 대한 개념이 바뀌면 의식주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거 영역에서도 1인 가구의 영향력은 확산하고 있다. 모바일 부동산 중개서비스 업체 다방의 20~30대 이용자는 70%를 차지한다.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의 한유순 대표는 “부동산 시장 트렌드는 기존에는 4050세대가 주도해왔지만, 최근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2030세대의 주택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고, 분석을 기반으로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 세대의 특징”이라며 “부동산 트렌드는 30대가 주도하고 있고, 현재 서울 아파트 30% 이상을 30대가 구매하고 있는 것이 사례”라고 말했다.

식문화에서도 1인 가구의 위상은 날로 확대하고 있다. 남성호 CJ제일제당 트렌드전략팀장은 “식품 소비는 요리보다 가공식품 판매가 늘고, 가공식품 선택 기준이 맛에서 포장 기술로 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어프라이어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2017년 이후로 간편식 제품이 확대하고 있다”며 “소비자의 주거 형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음식은 요리보다 배달로 기울고, 조리 방식이 간편식으로 쏠렸다는 것이다. 남 팀장은 “소비자는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아끼는 제품과 서비스에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뿐 아니라 판매까지 변화바람

1인 가구 중심 소비는 판매 방식에도 변화를 불렀다. 오프라인 사업의 대명사 편의점은 팽창하는 1인 가구를 등에 업고 성장했다. 편의점 업계에서 1위 사업자 GS25는 “편의점은 더는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다”고 선언하고 체질 변화를 시도한다.

김성기 GS리테일 편의점사업부 지원부문 상무는 “편의점은 더는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다”며 “고객의 온라인·모바일 플레이를 매개하는 오프라인 플랫폼으로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일어나는 1인 가구의 소비를 오프라인으로 가져오려고 하기보다는, 오프라인이 그들에게 다가가려는 전략이다. 그러면서 “오프라인은 온라인 확장 탓에 전체적으로 위기가 온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경쟁자이면서 동업자일 수 있는 시대”라고 말했다.

GS25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점포 운영을 무인화할 예정이다. 김 상무는 “GS25 편의점은 87개 점포를 완전 혹은 무인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도난 비용을 걱정했지만, 유지 비용보다 적게 드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했다. 이어 “무인 편의점은 종착역이 아니다”며 “이로써 모바일과 온라인과 접목해 공간 효율을 극대화해서 사회에 공헌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매 데이터를 축적해 판매자 중심이 아니라 소비자 측면에서 상품을 공급하고자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유순 스테이션3 대표는 “다방은 부동산 계약을 비대면으로 할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고, 연말에 출시하려고 계획하고 있다”며 “은행 계좌를 비대면으로 개설하는 시대에 부동산 계약도 예외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분법 우려보다 상생 고민

다만 빛과 그림자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는 게 사실이다. 온라인이 성행하면 오프라인이 위축된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 사회를 맡은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모바일 서비스가 커질수록 오프라인 기반의 서비스, 예컨대 외식업이나 소매 판매점 등은 약화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이분법적 구도에서 해석할 사안은 아니라는 데 입을 모았다.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는 “전국의 세탁소는 3만여개이고 월평균 100곳이 폐업하며, 종사자의 평균연령은 65세에 육박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들의 노하우를 배워 런드리고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동시에 은퇴 시점을 늦추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GS25가 모바일·온라인을 담아내는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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