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윤증현 “대우조선, 독자생존 어렵다" (상보)

  • 등록 2016-10-27 오후 3:45:00

    수정 2016-10-27 오후 4:22:17

이데일리DB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정부의 조선업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를 앞두고 윤증현(사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금의 “임시방편적인 자금 지원으로는 대우조선해양의 독자생존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대우조선의 경쟁력 있는 부분(굿컴퍼니)과 그렇지 않은 부분(배드컴퍼니)을 분리해 분사 및 빅딜(합병)을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윤 전 장관은 2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국제예금보험기구협회(IADI) 제15차 연차총회 및 연례컨퍼런스에 참석, 기조연설을 후 이데일리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이 같이 밝혔다.

“대우조선 독자생존 어려워”

윤 전 장관은 우선 “(대우조선의) 독자생존이 어렵다고 본다”며 “수주절벽에서 시작해서 그 당시(지난해 4조2000억원의 지원을 결정할 때)에 (전제한)독자생존에 필요한 조건들이 다 충족을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애초 정부는 지난해 4조2000억원의 지원을 결정했을 때 올해 120억달러 가량의 수주를 전망했다. 하지만 수주절벽이 계속되자 올해 6월에 수주 전망을 62억달러로 낮췄지만, 현재까지 12억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윤 전 장관은 대안의 하나로 이른바 ‘굿컴퍼니와 배드컴퍼니의 분리 및 빅딜’을 제안했다. “대우조선을 3사체제로 (가져가면) 과당경쟁으로 안 된다”며 “여러가지 업종 중에서 나눠서 다른 조선회사에 합병을 시키든지 합병시킬 수 없는 것은 별도로 분사를 해야 한다. 예를 들면 군사용(방산용) 조선은 떼어내는 방안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행 ‘빅3’체제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양대 선사체제로 개편하자는 내용을 담은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최근 보고서와 맥을 같이 하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대우조선은 지난 6월 채권단에 제출한 3조4500억원 규모의 자구안에 특수선 사업부문(방산부문) 분할을 포함시킨 바 있다. 정부 방침에 따라 전투함·잠수함을 건조 및 수출하는 특수선사업부는 대우조선의 ‘알짜배기’ 사업으로 평가된다. 매년 매출 1조원에 영업이익률 7% 정도를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회사로 분리한 뒤 기업공개(IPO)를 하거나 외부 매각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정치적 결단 부족이 원인...구조조정 골든타임 얼마 안 남아

하지만 일단 오는 31일 발표힐 조선업 경쟁력 강화방안에는 윤 전 장관의 해법처럼 조선 빅3체제를 빅2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당분간은 그대로 갈 수밖에 없다. 대우조선을 당장 정리한다면 그 뒷감당은 누가 할 것이냐”며 “나머지 두 회사도 어려운 상황에서 누가 누구를 떠맡는 빅3재편은 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다“고 신중히 말했다. 일단 조선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는 대우조선을 고부가가치의 LNG(액화천연가스)선, 대형컨테이너선, 특수선사업부 등 핵심 경쟁력 중심으로 유지하되 나머지는 최대한 점진적으로 다운사이징(규모축소)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선분야도 대우조선의 알짜배기 사업이라 외부 매각 방안은 당분간 배제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윤 전 장관은 조선3사를 다 살리는 구조조정에는 비판적이다. 그는 “구조조정을 하는 데 후배들에게 지침으로 준 것이 ‘다 살자고 하면 다 죽는다’였다”며 “한국 조선 1·2·3위가 세계 1·2·3위인데 3사를 다 살리겠다고 하면 다 죽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적 뒷받침이 되지 않으니 누구도 감히 대우조선 문제를 어떻게 하겠다는 의제를 들고 나오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부가 큰 그림을 바탕으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윤 전 장관은 내년이 되면 구조조정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레임덕(권력누수)이 노출되고 ‘정치의 계절’로 접어든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은 극도로 약화된 상태다. 윤 전 장관은 “(내년이면) 정치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니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 할 것이고 정책이 탄력을 받기 어렵다”며 “나라를 이끌어갈 대한민국 정치에 리더는 많지만 리더십은 안 보인다”고 답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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