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이달 1일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조건이 강화하면서 세입자는 이사 갈 전세메물을 찾기 어려워졌고 임대인인 집주인은 전셋값을 수천만원 가량 낮추지 않으면 세입자를 들이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전세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내린 조치지만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 높아진 HUG의 보증보험 가입 문턱이 오히려 역전세(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아지는 현상)를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 전국임대인연합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내놓은 전세사기 피해 관련 대책과 임대차 3법 등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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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의 전세금 반환 보증 상품 중 이달 1일부터 임차인이 가입하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기존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 100% 이하에서 90% 이하로 강화했다. 주택 가격을 산정할 때 사용하는 공시가격 비율도 지난해 150%에서 올해 140%로 낮추면서, 공시가격의 126%(공시가격 적용 비율 140%×전세가율 90%)까지만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정부는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해 보증금을 낮추면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HUG의 전세보증보험 가입조건 강화 조치로 정상적인 임대사업자마저 연쇄 파산의 위기까지 몰리고 있다. 공시가격 하락에 더해 연립·다세대주택의 전세가율이 90%로 낮아져 역전세 상황으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서울 강서구에 빌라를 소유하고 있는 김 모 씨는 “올해 소유한 빌라의 공시지가는 2억2000만원으로 지난 5년간 공시가격이 2500만원 가량 떨어졌지만 KB시세는 4억1000만원이 넘는다”며 “오피스텔이나 아파트는 주택가격으로 KB시세를 인정해 주면서 빌라라는 이유만으로 시세가 존재해도 낮은 공시지가를 적용해 보증금을 강제로 낮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빌라는 무조건 낮은 공시가로 주택가격을 산정하도록 해 강제 역전세 상황에 놓이게 됐다”며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고 싶어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10~20채 가진 일반적인 임대사업자도 연쇄 파산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사를 앞두고 있거나 새로운 집을 구해야 하는 세입자 역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전세 물건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서울 광진구 A공인중개소 대표는 “집주인이 나이가 많은 어르신이라면 전세 보증금을 몇천만원이나 낮춰가면서 보험에 꼭 가입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며 “잘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한다.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전세물건을 찾기가 매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면 세입자가 부담해야 할 월세는 점점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전세 보증금은 낮아지고 있지만 월세 평균 금액은 상승하는 추세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스테이션3는 올해 서울시 자치구별 원룸(전용 33㎡ 이하) 전세 보증금과 월세를 분석한 결과 전세 보증금은 평균 1억 2757만원, 월세는 평균 60만원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전세 보증금은 6.86% 하락, 월세는 10.23% 상승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