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공격 경영…영토 확장 본격화

여의도 ‘파크원’에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 '통 큰 투자'
동양매직 이어 SK네트웍스 패션 인수 추진..사업 다각화 가속
면세점 입찰에도 재도전..과감한 베팅 승부수
  • 등록 2016-09-21 오후 7:17:52

    수정 2016-09-21 오후 7:17:52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2020년 서울 여의도에 서울에서 가장 큰 백화점이 들어선다. 지하 7층~지상 9층 규모로 영업면적만 8만9100㎡(2만7000평)에 달한다.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은 여의도동 22번지에 신축되는 대형복합시설 ‘파크원’에 들어설 예정으로, 이번 프로젝트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진두지휘했다. 지난해 수도권 최대 규모 백화점인 판교점에 이어 다시 한 번 대형 점포로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정 회장은 “파크원에 들어서는 현대백화점을 대한민국 최고의 랜드마크로 만들 것”이라며 “현대백화점그룹의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특화매장)’로 개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 회장의 공격 본능이 최근 되살아나고 있다. 여의도 출점 계획을 발표하기 하루 전인 20일에는 SK네트웍스의 패션 사업부문 인수를 추진 중이라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서는 동양매직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최근 경기도 남양주(다산신도시)와 화성(동탄1신도시)에 부지를 연이어 확보하며, 백화점과 함께 아울렛 사업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는 10월에는 지난해 한차례 고배를 마신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입찰에도 재도전한다. 유통과 제조를 넘나들며 빠르게 영토를 확장해가는 모양새다.

정 회장의 승부사적 기질은 지난 2012년 한섬 인수 결과를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인수 초반에는 ‘무리한 투자’라는 우려가 컸지만 패션업계 극심한 불황에도 국내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2012년 4200억원을 들여 인수한 한섬은 올해 7000억원대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실적 개선에는 현대백화점의 탄탄한 유통망과 노하우, 자본력이 바탕이 됐다.

현대백화점이 최근 관심을 보이고 나선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은 오브제·오즈세컨·세컨플로어 등 자체 브랜드와 캘빈클라인·타미힐피거·DKNY·클럽모나코 등 수입 브랜드까지 12개 패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M&A가 성사되면 여성복 위주의 한섬과 함께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게 되는 효과를 얻게 된다. 연매출 1조원대 패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섬 인수 즈음에는 가구업체 리바트를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타워크레인 등 산업기계와 특장차를 전문 생산하는 업체 에버다임을 사들였다. 렌털 사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현대홈쇼핑의 자회사로 현대렌탈케어도 설립했다. 동양매직 인수전 참여는 이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사업 포트폴리오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서면 투자를 주저하지 않는 모습이다.

여의도점이 문을 열면 현대백화점은 전국에 총 16개 백화점을 운영하게 되며 서울에만 8개의 점포를 두게 된다. 이 모든 프로젝트가 성사되면 현대백화점은 가전과 가구, 패션 등 제조에 백화점, 아울렛, 홈쇼핑, 면세점 등 유통까지 폭넓게 아우르게 되는 셈이다.

정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저성장 현실에서도 변화를 멈추면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기업의 위기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의 실패보다 실패가 두려워 현실에 안주할 때 찾아온다”고도 설파했다. 정 회장은 또 “기존 사업만으로는 성장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면서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중장기 성장전략을 사업환경과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보완·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회장의 최근 행보는 이와 같은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해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반면 지난 7월 코엑스몰 운영권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현대백화점은 2012년 리뉴얼 공사를 하기 전까지 20년간 코엑스몰을 운영해왔으나 매출과 관계없이 지급하는 최소보장임차료(MRG) 600억 원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여의도 파크원의 연간 임차료는 300억원 수준으로, 코엑스몰의 최소보장임차료 600억원의 절반 수준”이라면서 “말하자면 코엑스몰을 포기하고 여의도 백화점을 택한 셈이다. 핵심역량은 강화하고, 약점은 보완해 나가는 식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정 회장의 경영방침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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