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의 공격 본능이 최근 되살아나고 있다. 여의도 출점 계획을 발표하기 하루 전인 20일에는 SK네트웍스의 패션 사업부문 인수를 추진 중이라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서는 동양매직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최근 경기도 남양주(다산신도시)와 화성(동탄1신도시)에 부지를 연이어 확보하며, 백화점과 함께 아울렛 사업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는 10월에는 지난해 한차례 고배를 마신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입찰에도 재도전한다. 유통과 제조를 넘나들며 빠르게 영토를 확장해가는 모양새다.
정 회장의 승부사적 기질은 지난 2012년 한섬 인수 결과를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인수 초반에는 ‘무리한 투자’라는 우려가 컸지만 패션업계 극심한 불황에도 국내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2012년 4200억원을 들여 인수한 한섬은 올해 7000억원대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실적 개선에는 현대백화점의 탄탄한 유통망과 노하우, 자본력이 바탕이 됐다.
한섬 인수 즈음에는 가구업체 리바트를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타워크레인 등 산업기계와 특장차를 전문 생산하는 업체 에버다임을 사들였다. 렌털 사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현대홈쇼핑의 자회사로 현대렌탈케어도 설립했다. 동양매직 인수전 참여는 이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사업 포트폴리오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서면 투자를 주저하지 않는 모습이다.
여의도점이 문을 열면 현대백화점은 전국에 총 16개 백화점을 운영하게 되며 서울에만 8개의 점포를 두게 된다. 이 모든 프로젝트가 성사되면 현대백화점은 가전과 가구, 패션 등 제조에 백화점, 아울렛, 홈쇼핑, 면세점 등 유통까지 폭넓게 아우르게 되는 셈이다.
정 회장의 최근 행보는 이와 같은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해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반면 지난 7월 코엑스몰 운영권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현대백화점은 2012년 리뉴얼 공사를 하기 전까지 20년간 코엑스몰을 운영해왔으나 매출과 관계없이 지급하는 최소보장임차료(MRG) 600억 원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여의도 파크원의 연간 임차료는 300억원 수준으로, 코엑스몰의 최소보장임차료 600억원의 절반 수준”이라면서 “말하자면 코엑스몰을 포기하고 여의도 백화점을 택한 셈이다. 핵심역량은 강화하고, 약점은 보완해 나가는 식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정 회장의 경영방침이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