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이번엔 남태평양서 충돌…'솔로몬제도' 격전지로

솔로몬제도 총리 "중국과 안보협정 서명" 인정
중국·솔로몬제도, 안보협정 구체적 내용 안밝혀
미국·호주 등 4개국 긴급회동…"지역안보 위협"
  • 등록 2022-04-20 오후 6:28:41

    수정 2022-04-20 오후 6:28:41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베이징=신정은 특파원] 남태평양 섬나라 솔로몬제도를 두고 미국과 중국간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미국의 뒷마당으로 여겨졌던 솔로몬제도와 중국이 안보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힌 뒤 미국은 주변국들과 회담을 갖는 등 급박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머내시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오른쪽)가 리커창 중국 총리와 지난 2019년 10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환영식에 참석했을 당시 모습. 사진 AFP
20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머내시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는 이날 의회에 출석해 “중국과 안보협정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전날 중국 외교부가 정례 브리핑에서 솔로몬제도와 안보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당시 더글라스 에테 솔로몬제도 의원이 아직 최종 서명한 것은 아니며 5월 중순에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었으나, 소가바레 총리 발언으로 양국 안보협정 체결 논란은 일단락됐다.

앞서 미 백악관은 커트 캠벨 백악관 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을 필두로 한 미국 고위급 대표단이 솔로몬제도와 피지, 파푸아뉴기니 등 태평양 도서국 3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후 중국이 안보협정 체결을 발표하면서 미국에 일부러 선수를 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호주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이 솔로몬제도에 미국 대표단이 도착하는 것을 사전에 막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와 마찬가지로 소가바레 총리 역시 협정 체결시점이나 장소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양국은 협정 전문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양국 협정 초안에는 중국 함정을 솔로몬제도에 파견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솔로몬제도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섬나라지만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오랫동안 강대국들의 영향력 하에 있었다. 오랫동안 영국과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최근 중국이 경제원조 등으로 공을 들여왔다.

서방국들은 이번 협정이 호주 해안에서 2000km, 미국령인 괌에서는 3000km 정도 거리에 중국군을 주둔시키기 위한 첫 걸음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협정 체결 사실이 전해진 뒤 마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은 “깊이 실망했다”면서 “이번 협정이 우리 지역의 안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과 솔로몬제도의 안보협정 체결 발표 이후 미국은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19일 자료를 통해 전날 일본과 뉴질랜드, 호주 고위 당국자들과 남태평양 상황을 긴급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고 밝혔다. 에이드리엔 왓슨 NSC 대변인은 “4개국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과 솔로몬제도 사이의 달라진 안보체계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에 심각한 위험이 될 것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언급했다. 미국은 솔로몬제도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중국은 20일에도 양국 합의가 언제됐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는지 등은 공개하지 않은 채 미국을 비난했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협정은 어떠한 제3자도 겨냥하지 않으며 기존의 양자 또는 다자간 안보 협력 체제를 대체하지 않는다”며 “왜 이것이 미국 측에 심각한 위험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 논리대로라면 태평양 도서국들은 미국 또는 미국을 포함한 동맹국 그룹하고만 안보 협력을 할 수 있다는 것인가”라면서 “미국은 도대체 도서 국가를 독립된 주권국가로 보는지, 아니면 자신들 부속물로 여기는지 등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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