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 공포 부르는 오일쇼크…유가 왜 계속 폭등하나

유가 또 배럴당 120달러 이상 폭등
서방 맞서 에너지 보복하는 러시아
미국 적대하는 최대 산유국 사우디
  • 등록 2022-03-24 오후 3:54:23

    수정 2022-03-24 오후 10:31:00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고준혁 기자] 국제유가가 기록적으로 폭등하면서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서방 진영과 러시아간 갈등이 갈수록 격화하면서, 경제 전반을 흔들 최대 악재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
서방에 맞서 에너지 보복하는 러

23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과 비교해 5.2% 오른 배럴당 114.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8일(배럴당 123.70달러) 이후 가장 높다. 장중 115.40달러까지 올랐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배럴당 122.34달러까지 폭등했다. 6%에 가까운 오름 폭이다. 월가에서는 언제든 배럴당 130달러선을 뚫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유가가 치솟은 건 러시아 정부가 흑해 연안 노보로시스크항이 태풍으로 망가져 원유 수출이 급감할 수 있다고 밝혀서다. 이 원유는 카스피 파이프라인 컨소시엄(CPC)이 추출하는 것이다. CPC는 카자흐스탄 서부 텡기스 평원의 유전에서 원유를 추출한 뒤 1500㎞ 파이프라인을 통해 노보로시스크로 보낸다. 이후 원유를 배에 옮겨 수출한다. 이 항구가 파손돼 수출에 차질을 빚는다는 게 러시아 측 설명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서방에 대항한 러시아의 보복이 자리한다는 관측이다. CPC 최대주주는 지분 24%를 보유한 러시아 정부다. 미국 셰브론과 엑손모빌은 각각 15%, 7% 갖고 있다. 러시아가 미국에 경고성 조치를 하기 좋은 구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유럽 순방, 특히 우크라이나 인근 폴란드 방문을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맞불을 놓았다는 분석까지 있다.

러시아가 이렇게 강경한 건 에너지 대체지가 부족한 유럽의 약점을 알고 있기 때문으로 읽힌다. 미국은 에너지 자립이 가능하지만, 유럽은 러시아산 의존도가 높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바로 금지하면 유럽은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독일은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전체의 3분의1이다. 미국과 유럽이 에너지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만에 하나 바이든 대통령의 유럽 방문에 맞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대러 에너지 제재를 강화할 경우 국제유가는 더 폭등할 수 있다. SPI애셋 매니지먼트의 스티븐 이네스 매니저는 “새로운 대러 제재가 나올 것”이라며 “나토 정상회의는 중요한 분수령”이라고 말했다.

미 적대하는 최대 산유국 사우디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주요 변수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원유 공급의 키를 쥔 사우디에 증산을 요청하고 있지만, 사우디는 대꾸조차 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 사우디 왕실을 비판했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죽음을 두고, 그 배후로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한 게 발단이 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빈 살만 왕세자에게 협조를 구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곧 미국에게 적대적인 빈 살만 왕세자가 손을 내밀지 않는다면, 유가 폭등이 추가로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월가는 최근 원유시장 패닉을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 특히 연준의 통화정책 연착륙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연준이 한 회의에서 50bp(1bp=0.01%포인트)를 넘어 75bp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하는 인사도 있다. 긴축 자체로 경기 침체를 부를 수 있는 속도다. 이 와중에 오일쇼크가 지속해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더 커질 경우 연준의 긴축 조치는 먹히지 않을 수 있다.

월가 한 금융사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도 스태그플레이션이 오고 있다는 경계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청룡 여신들
  • 긴밀하게
  • "으아악!"
  • 이즈나, 혼신의 무대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