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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한국, 일본 등에 공급되는 아시아용 LNG 스팟(수시계약) 가격이 100만BTU(열량 단위)당 40달러 후반대를 기록했다. 지난달 27일에는 한때 50달러를 웃돌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3월초 수준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직전인 2019년 여름 100만BTU당 5달러 전후에서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10배 가량 급등한 가격이다.
LNG 가격은 일반적으로 난방용 발전 수요가 많은 겨울에 비싸지고 여름엔 매우 저렴하다. 하지만 올해는 러시아의 천언가스 공급 삭감으로 유럽의 가스 가격이 치솟았고, 아시아 가스 가격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산 LNG를 두고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 간 경쟁이 심화했고, 올 겨울 수급이 더욱 빡빡해질 것이라는 우려에 한국과 일본 등 일부 아시아 국가들은 조달을 서두르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도 필요한 물량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가격이 상승했다.
이 때문에 외화가 넉넉하지 않은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선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9년 파키스탄의 전력 발전에서 가스는 거의 46%를 차지하며, 방글라데시는 무려 81%에 달한다.
정보 조사·분석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올해 1~7월 LNG 수입량은 425만t으로 전년 동기대비 18% 감소했다. 7~9월 구매할 예정이었던 약 70만t에 대해선 입찰을 포기했다. 이와 관련, 파키스탄 총리는 “연료에 쓸 수 있는 외화를 고려하면 LNG를 구매할 여유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호주가 천연가스 수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나와 아시아 신흥국들의 에너지 수급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본 제일생명경제연구소의 이코노미스트는 “국가 경제력의 원천을 빼앗는 에너지 부족이 길어질수록 신흥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선 신흥국들이 가스 공급 여력이 있는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닛케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