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서울시는 S택시를 내놓으며 “기존 플랫폼사는 주변 택시에 호출정보를 주고 기사가 선택하는 방식이라면 S택시는 시민이 택시를 선택하는 것으로 택시 이용의 주도권을 시민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라는 것을 강조했다. 강제배차로 승차거부도 없고 택시 주도권을 시민에게 준다니 좋은 취지이긴 하지만 기시감이 크다. 이미 2017년 출시했던 호출앱 `지브로`도 같은 취지로 개발됐지만 시장에서의 호응이 없어 사장됐다.
서울시는 “지브로와는 다르고 플랫폼사와 경쟁하려는 것도 아니다”고 하지만 수수료를 내면 승차거부 없이 강제배차하는 것도 이미 플랫폼사들이 쓰고 있는 방식이라 S택시는 시작하기도 전에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크다.
지브로처럼 외면 당하진 않을까
지난 2017년 서울시는 한국스마트카드(티머니)를 통해 10억원의 개발비를 들여 S택시의 전신인 ‘지브로’를 내놓았지만 실패했다. 주간 1000원, 야간 2000원의 콜비를 인센티브로 택시기사에게 주는 대신 승차거부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카카오택시를 통해 목적지를 골라 태울 수 있었던 택시기사들은 지브로를 이용할 이유가 없었다. 서울시 택시 7만2000여대 중 3만6000여대에 설치가 됐지만 택시기사들은 설치 후 단말기를 꺼버렸다. 결국 지브로 앱은 10만건이 다운로드 됐지만 하루 평균 호출 130건, 배차 완료 23건, 운행 완료 13건이라는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퇴출됐다. 서울시가 또 다시 택시 호출앱을 직접 만든다고 했을때 ‘제 2의 지브로’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이유다.
서울시는 이번만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브로는 택시업계와 협력없이 진행했지만 S택시는 택시단체와 공감대를 형성했고 상호 협조하에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택시비 인상 등을 협상하면서 택시업계의 참여를 의무화할 근거를 마련했다. 지난해 12월 택시사업개선명령을 통해 택시사업자는 공공승차앱의 설치 및 이용을 의무화하도록 조치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개정한 ‘여객자동차운송사업 개선명령 및 준수사항 공고’를 통해서 택시가 앱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과징금 1차 120만원, 2차 240만원, 3차 360만원을 사업자에게 부과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서울시는 장기적으로는 S택시의 운영 및 관리권을 택시업계에서 갖도록 해 운송사업자과 운수종사자들이 급변하는 택시환경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변화를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S택시에 대한 또 다른 곱지않은 시선은 택시 사업자나 플랫폼사들을 조율해 민간이 경쟁하는 영업환경을 만들어줘야 할 서울시가 직접 사업자로 나섰다는 점이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는 민간기업하고 경쟁하거나 민간 기업의 경쟁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미 민간 업체들이 승객 골라 태우기를 차단하는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물론 추가 비용은 들어간다. 지난 3월 타고솔루션즈가 카카오모빌리티와 손잡고 운영하는 ‘웨이고블루’는 3000원의 추가 이용료로 승차거부를 차단했다. 승차공유 서비스업체 쏘카에서 운영하는 ‘타다’도 기존 택시 요금보다 20% 요금이 비싼대신 골라태우기가 없다.
S택시 또한 택시업체와 2000원 가량의 수수쇼를 받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수수료를 내고 강제배차를 없앤 내용만 보면 민간에서 하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웨이고블루 등의 가맹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종전 택시서비스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한 서비스 수단이고, S택시는 기본적인 택시 승차방식의 변경을 위한 것으로 서로 지향하는 목적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현재 웨이고블루 운영대수는 100대로 서울시는 웨이고블루 택시를 제외하고 S택시를 운영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한 달간의 시범운영 기간 S택시 승차거부 사례와 유형을 파악해 서비스 개선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와 시민이 참여하는 시민위원회를 구성해 시범운영 기간 모니터링 자료를 분석한다. 고의적 승차거부에 대한 처벌과 적절한 수수료(콜비) 금액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