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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금융감독원과 공조해 KAI의 부품원가 부풀리기 등 분식회계가 포함된 경영비리를 수사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금감원은 검찰과는 별도로 KAI의 회계감리를 벌여왔다.
검찰은 전날에는 KAI 전 생산본부장 윤모(59)씨에 대해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씨는 2012년 KAI 생산본부장 재직 시절 한 협력업체로부터 일감발주 청탁을 받고 수억원 상당의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분식회계 포착…연임 위한 ‘실적 부풀리기’ 가능성
검찰은 지난달 14일과 18일· 26일 KAI 경남 사천 본사와 서울사무소, 협력업체 5곳에 대한 연이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컴퓨터 하드디스크 저장 납품관련 문서와 회계장부, 관계자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면밀히 분석해왔다. 검찰은 KAI 실무자급 직원들을 계속 불러 조사하고 지난달 20일에는 경영진인 이모(57) 경영지원본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관계자 소환조사 등을 통해 KAI가 몇몇 기종들의 원가항목인 부품가격을 크게 부풀려 수백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을 들여다봤다. KAI는 한국형 헬기인 수리온과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경공격기 FA-50 등을 개발했다.
KAI 매출은 하 전 사장이 부임한 2013년 2조 163억원에서 2014년 2조 3148억원, 2015년 2조 9010억원, 2016년 3조 1006억원 등 계속 증가해왔다. 검찰 관계자는 “중요 방산기업인 KAI 부실이 누적되면 심각한 경영위기 등을 초래할 수 있어 엄정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직 임원 신병확보로 비자금 의혹 규명 시도
하 전 사장의 측근들이 대표로 있는 협력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그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아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본사와 협력업체들 간 거래에서 계약서와 회계장부에 이상 징후가 발견된다”며 수상한 거래정황 파악에 수사력을 집중해왔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윤 전 본부장이 뒷돈을 챙기는 과정에서 하 전 사장 등이 연관됐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KAI 임원의 협력업체 뒷돈 챙기기가 하 전 사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이어질 개연성을 살펴보는 것이다.
KAI에선 이와는 별개로 생산본부 소속 간부가 지난 2012년 항공기 조립장비 납품계약에서 협력업체에 편의를 봐주며 수억원을 챙긴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적도 있다.
윤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3일 오전 열릴 예정이다.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되면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검찰은 반면 하 전 사장 비자금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승범(43) 전 인사운영팀 차장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손씨는 지난 2007년 처남 명의로 인력 용역업체를 설립해 2014년까지 247억원대의 용역을 제공받은 뒤 118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손씨의 횡령 과정에 하 전 사장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6월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전담팀까지 구성해 손씨 행방을 뒤쫓아왔다. 지난달 24일에는 공개수배로 전환했지만 아직 검거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