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왕해나 기자]정부가 임신 1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먹는 낙태약’ 미프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미프진(성분명 미페프리스톤) 등 임신중절 약물을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 중이지만 국내 판매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의약계에서는 새로이 도입되는 약물인 만큼 사용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등 도입에 진통도 예고되는 상황이다.
| 서울 세종로 서울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대학생 페미니즘 연합동아리 ‘모두의 페미니즘’ 관계자들이 정부의 낙태죄 존치 시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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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법 개정에 맞춰 국내 미프진 품목허가를 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인허가 사전 상담제도를 활용해 미프진 수입에 관심이 있는 업체들과 상담을 하고 있다. 사전 상담제도는 인허가 절차에 돌입하기 전 식약처가 요구하는 자료나 허가 양식 등에 대한 상담을 진행, 판매 허가까지 드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아직까지 미프진 판매와 관련해 제약회사나 유통업체의 허가신청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가심사 과정에 평균 300일 정도가 소요되는 만큼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식약처 관계자는 “유럽, 미국 등에서 허가된 제품이라 하더라도 국내에서 안전성과 유효성 심사를 받아야 하므로 어느 정도 시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법령 개정 시기까지 판매 허가가 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의 이 같은 조치는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4월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따라서다. 헌재는 올해 말까지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라고 주문했다.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식약처는 14주 이내에는 임신한 여성이 자기 의사에 따라 낙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개정안에는 낙태 방법에 임신중절을 유도하는 약물을 허용하는 방안도 담겼다. 이 약물이 미프진이다. 미프진은 1980년대 프랑스 제약사 루쎌 위클라프에서 개발한 약물로 현재 유럽, 미국 등 75개국에서 임신 7~9주 이내에 한해 사용이 허가된다. 착상된 수정란에 영양공급을 차단하고 자궁을 수축해 인공유산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유산 성공률은 90%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남용 우려 등의 이유로 사용이 전면 금지돼왔다. 하지만 낙태를 원하는 사람들이 해외 직구 등 온라인 구입을 통해 불법적으로 구입해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미프진의 합법화가 머지않은 가운데 의약계는 복용에 상당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부작용으로 구토, 설사, 두통, 현기증, 복통과 하혈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의학계는 투약 결정부터 유산 완료까지 의사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 등을 받은 후 처방전으로 구입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손원풍 인천 조은산부인과 원장은 “임신 7주 이전에는 약 복용 후 출혈이 있더라도 심각한 수준은 아닐 수 있기 때문에 써볼만 하다”면서도 “그 이후에 복용하면 출혈이 멎지 않아 추가 소파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고, 1~2% 정도는 유산이 되지 않아 그대로 자라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복약 후에는 24시간 응급처치를 준비하고 계속 의사의 지도 하에 체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