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시장 판도 바꿀 리걸테크…"수사·재판 활용 로드맵 마련돼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제11회 국제포럼
"형사사법 혁신 예상…알고리즘 투명성 확보해야"
"환각 현상 등은 데이터 문제…법률AI 필요 "
  • 등록 2024-12-03 오후 7:03:32

    수정 2024-12-03 오후 7:03:32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리걸테크가 수사와 재판 등 사법 절차에 적극 활용되기 위해서는 체계적 로드맵 마련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알고리즘 편향, 기술 오·남용 등 AI 관련 부작용을 줄이는 규제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3일 대검찰청 예그리나홀에서 ‘디지털 시대: 수사·재판 절차에서의 리걸테크 활용 방안’을 주제로 제11회 국제포럼에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3일 대검찰청 예그리나홀에서 ‘디지털 시대: 수사·재판 절차에서의 리걸테크 활용 방안’을 주제로 제11회 국제포럼을 열었다.

법조계에서 리걸테크는 데이터 분석, 자연어 처리, 예측 분석 기술을 통해 △법률 문서 검토 △법률 데이터베이스 분석 △증거 분석 자동화 △사건 결과 예측 등 법률 서비스 혁신을 가능케 할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 공정성과 투명성 문제 등은 해결할 숙제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백상엽 김앤장 법률사무소 AI&IT 시스템센터 대표는 “AI 기술이 형사사법 분야에 혁신을 가져올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적대적 공격에 대한 보안 등 도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예측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체계적 로드맵 구축, 지속적인 AI 모델 성능 개선, 알고리즘의 투명성 확보 등 다각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우리나라가 따르는 대륙법 본고장인 독일도 리걸테크의 잠재적 활용방안과 관련한 연구에 적극적이다.

얀 헨릭 클레멘트 프라이부르크대 교수는 “이론적으로 인간 판사를 지원하거나 대체하는 것에 대한 가능성을 논의하는 것도 더 이상 금기시 되지 않을 만큼 알고리즘 활용 판결문 작성, 법률 해설과 같은 복잡한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며 “리걸테크 규제는 분야별로 세분화된 접근을 통해 투명성과 정확성을 보장해야하고 특히 고위험 AI 기술에서는 인간의 감독과 개입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수사 측면에서 AI와 디지털 포렌식 기술은 범죄 데이터 분석과 증거 수집에 획기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명훈 살베 레지나 대학교 교수는 “AI를 현명하게 활용하면 검사, 법원, 교정당국이 제한된 자원을 폭력범, 상습범 등에 집중하는 등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기술 도입 시 투명성과 책임성을 유지하면서 인권 등 기본권을 보호하는 균형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리걸테크 발전을 위해서는 해묵은 법제도 정비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률 문서 작성 플랫폼 로폼의 박성재(57·사법연수원 30기) 법률AI센터장은 “미국변호사협회(ABA)의 경우 법률 AI 활용과 관련해 리걸테크 업체 협업을 강조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1993년에 제정된 변호사법 문제 등으로 변호사와 수사기관은 물론 기업과 국민의 효용·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특히 생성형 AI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할루시네이션(환각)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법률AI’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내 리걸테크 전문기업 엘박스를 창업한 이진(42·38기) 대표는 “AI와 관련해 항상 문제로 제기되는 할루시네이션은 일반 생성형 AI의 한계로 모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학습한 데이터 문제”라며 “엘박스 AI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최대 법률 데이터를 적극 레버리지하기 때문에 환각 없는 법률 데이터 답변을 생성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3일 대검찰청 예그리나홀에서 ‘디지털 시대: 수사·재판 절차에서의 리걸테크 활용 방안’을 주제로 제11회 국제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의 급속한 진전에 대응해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해 7월 생성형 AI(Generative AI)를 주제로 첫 공개회의를 개최하며 국제적 대응 방안을 촉구한 바 있다.

정웅석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장은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전 세계 형사사법 및 법무 시스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국제포럼에서 논의한 주제에 대한 제언들이 글로벌 기준을 선도할 정책적 방향성을 제시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견고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진동(56·28기)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가까운 미래에는 수사 과정에서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증거를 빠르게 수집하고 최선 범죄 트렌드를 분석해 예방·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며 “리걸테크는 법률서비스를 자동화해 효율성을 높이고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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