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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뉴욕에서 정식 부부가 된 두 사람은 규진씨가 벨기에의 한 난임병원에서 무기명·랜덤 방식으로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에 성공했다. 한국에서 시술받는 것도 고려했지만, 국내에서는 법적 부부나 사실혼 이성애 부부에게만 정자를 제공해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해 8월 딸 ‘라니’(태명)가 태어났다. 국내에서 동성 커플의 임신과 출산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두 사람은 법적인 부부가 아니기 때문에 부부나 부모로서 법의 보호나 혜택 등을 누릴 수 없다.
규진씨는 “그때그때 답이 바뀌면 아이도 혼란스럽고, 거짓말을 하면 ‘엄마는 내가 부끄럽나?’, ‘우리 가정은 부끄러운가?’라고 오해할 수 있다”며 “ 우리 둘은 서로를 너무 사랑하고, 라니를 만나고 싶어서 친절한 남성분과 과학의 도움을 통해 라니를 낳았다고 말할 것”이라고 전했다.
규진씨는 “나이가 들어 병에 걸리거나 돈을 벌 수 없게 되면 법적 가족이 아니라는 사실이 큰 문제가 되겠지만 그때까지는 이 사회가 바뀔 것이다. 동성혼 인식에 대한 조사 결과만 봐도 이미 2030은 과반이 찬성이다. 아시아에서 대만에 이어 태국이 동성혼을 법제화했는데 변화는 곧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규진씨는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쏟아지는 악플에 대해 “저희를 실제로 만나면 절대 그런 말을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맘카페뿐 아니라 모교 커뮤니티에도 (악플이) 올라오고, 와이프가 의사인 걸 밝혔는데 의사 커뮤니티에도 올라온다”며 “한번은 맘카페의 악성 게시글에 ‘저도 엄마여서 여기에 있는데요’라고 댓글을 달았더니 너무 죄송하다며 지우더라”고 일화를 공개했다.
두 사람은 향후 아이에게 어떻게 ‘젠더 교육’을 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규진씨는 “어떻게 자라든 전형적이진 않을 것”이라며 “벨기에 클리닉에서 ‘주변에 매일 보는 남성이 없을 텐데 그런 점은 어떻게 대응할 거냐’는 질문을 받았다. 상담사분이 필터링으로 걸러진 사람들만 보는 게 아니라 남성의 장점과 단점, 여러 면을 다 보여줘야 아이가 다양한 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했다. 세연씨도 “우리가 엄선해서 어른들을 보여준다면, 그건 현실이 아니다”라며 맞장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