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시 은평구 이마트 은평점에서 만난 주부 김모(45)씨는 카트에 담긴 식재료가 총 10만원 정도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물정 모르는 소리”라며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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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원이면 카트에 무엇을 얼마나 담을 수 있을까. 일단 달걀부터 담으러 갔다. 가장 저렴한 30개 판란은 아쉽게도 이미 품절됐다. 이젠 익숙한 안내문이다. 그 다음으로 저렴한게 24개에 8800원이었다. 비싸다는 수박을 찾았다. 정가 2만8000원짜리 수박을 할인해 2만4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3만원이 넘는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게 웬 떡이냐 냉큼 카트에 담았다.
육류코너도 마침 할인을 하고 있다. 삼겹살 할인가격이 900g에 2만5059원이었다. 쌈채소도 빠질 수 없다. 적상추 홍상추가 같이 들어있는 상추가 200g에 3180원, 깻잎이 45g에 1580원이었다. 채소 가격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1000~2000원에 꽤 많은 양이 담아있던 몇 개월 전과 확연히 다른 가격이다. 청양고추 1봉(1106원)까지 넣었는데 이미 카트에 담은 물건값은 6만원을 넘었다. 집밥 필수품인 달걀과 삼겹살 구이 재료 그리고 수박 한통을 담았을 뿐인데 말이다.
장 볼 것은 아직 많이 남았다. 양파, 버섯, 대파, 감자, 당근, 시금치, 파프리카. 평소 새벽배송을 많이 이용하는 기자지만 마트에 온 만큼 신선식품 위주의 식재료를 카트에 추가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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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아직 안올랐네. 신라면 하나 더 담자” 라면 코너에서는 남편과 함께 장을 보러온 박모(37)씨를 만났다. 박 씨는 “라면 5개가 아직 3380원대면 다른 식품에 비해 비싼 것은 아니지만 카트에 이것저것 담으면 가격이 전반적으로 다 오른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오뚜기에 이어 농심까지 라면값 인상을 결정하면서 라면 판매대에는 라면 가격을 유심히 보는 소비자들이 종종 보였다. 오뚜기는 이달 1일부터 라면 출고가격을 평균 11.9%, 농심은 오는 16일부터 6.8% 인상한다.
다른 가공식품도 이미 올랐다. 풀무원은 지난 6월 면·떡류 가격을 약 8% 인상했고, CJ제일제당은 지난달 1일부터 스팸 등 햄·소시지 같은 육가공 제품 20여 종의 가격을 평균 9.5% 올렸다. 유가공 식품도 곧 가격인상이 잇따를 전망이다. 이달 들어 우유의 원재료인 원유(原乳) 가격이 2.3% 오르면서 우유와 분유를 비롯해 아이스크림, 빵, 커피 등의 가격 인상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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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물론 자영업자들도 물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았다. 여름 대표 음식 삼계탕을 예로 들면 닭고기의 기준이 되는 육계 소매가격은 지난달 1kg당 5991원을 기록해 2019년 1월 이후 2년6개월 만에 가장 비쌌다. 냉면에 들어가는 메밀, 계란, 무우 가격도 말할것 없이 함께 올랐다.
사실 여기서 식당은 딜레마에 봉착하기 마련이다. ‘제조사→유통사→식당’ 순서로 이어진 릴레이 가격 인상의 바통을 소비자에게 넘기는 게 쉽지 않다. 가격 저항을 고려해야 한다. 소비자는 가격이 오른 상품 소비를 미루거나 대체하는 것처럼 값이 오른 외식을 외면할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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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에 인천에 백반집을 개업한 A씨는 “그간 두 차례 원재료 값 인상을 겪고서 고심 끝에 기본 메뉴 가격을 전보다 500원 올렸다”며 “전처럼 팔아서는 영업을 지속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A씨와 같은 자영업자는 선택지가 나은 편이다. 프랜차이즈 식당을 하는 곳은 메뉴 가격을 본사에서 정하는 터에 유동적으로 대처하기에 한계가 있다.
B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배달료를 받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다시 올리려고 고민하고 있다”며 “주변 상권 배달료 시세를 고려하면 큰 폭으로 인상하기는 어려울 듯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