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주권 지킬 토종 ‘미디어빅데이터센터’ 만들어지나..업계 논란

시청률 조사+셋톱+모바일 국내 데이터 모으자
국민주 방식, 시민단체 감사로 개인정보 보호 강화
업계는 논란..사업적 자산인 데이터 공유 어렵다 반론도
  • 등록 2018-04-03 오후 3:14:30

    수정 2018-04-03 오후 3:19:32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개인정보 유출 파문에 휩싸인 페이스북 사태로 국내 미디어 업계 일각에선 페이스북이나 구글, 애플 등으로 넘어가는 우리 국민의 각종 데이터들을 지키기 위해 업계가 힘을 모아 ‘토종 미디어 빅데이터 센터’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페이스북 등은 국내 약관규제법 등의 적용을 받지 않는 글로벌(페이스북 아일랜드) 약관으로 쉽게 이용자 프로필, 타임라인 게시물(사진, 동영상),친구 정보,휴대전화 통화 및 문자기록 등을 가져가는데 이 같은 정보가 외국 기업에 쌓일 경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맞춤형 광고 등 마케팅데이터로 활용될 뿐아니라,우리 국민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까지 파악할 수 있어 국가 안보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영국의 데이터 분석 기업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에 페이스북 가입자 5천만 명 이상의 개인정보를 유출해 주가가 폭락하는 등 설립 14년만에 회사의 존폐가 흔들리는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국내 유일의 토종 시청률 조사업체인 TNMS는 ‘토종 미디어 빅데이터 센터’ 공동 구축을 위해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IPTV 업계 관계자 등을 만나며 협력을 제안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끼리 시청률 데이터, 셋톱 박스 및 모바일 빅데이터 정보를 개인임을 알 수 없게 비식별화한 뒤 모아 분석하는 센터를 만들고, 이를 디지털 주권을 지킬 기지로 활용하자는 의미다.

A1 Media Group은 한국과 일본에서 광고주를 위한 광고대행 사업 및 프리미엄 매체를 위한 광고전송 사업을 하는 기업이다. 사용자가 콘텐츠를 열람했을 때 사용자의 의도가 반영된 액션을 분석한 데이터 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가져 최근 총 4억엔(한화 약 41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에서도 미디어 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맞춤형 광고 사업을 강화한다.
시청률조사+셋톱+모바일 국내 데이터 모으자…국민주 방식 추진

국내 TV시청률 조사업체는 닐슨과 TNMS멀티미디어 2개사다. 이중 토종업체는 TNMS가 유일하다.
민경숙 TNMS 사장은 “최근 정부가 페이스북 파문 이후 카카오나 네이버 등에 대해서도 음성통화 내역 무단 수집 의혹 등에 대해 실태조사를 한다고 하지만,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이 약관 동의를 전제로 가져가는 우리 국민의 미디어 데이터들을 막기는 역부족”이라며 “의료, 금융 등의 분야에서처럼 미디어 분야에서도 국내 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빅데이터 센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TNMS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청점유율 조사 발표에 원데이터로 쓰이는 고정형 TV시청률을 조사하면서 방통위로부터 검증받는 기업이다. 닐슨코리아도 시청률을 조사해 발표하지만 토종 기업은 아니다.

민 사장은 “토종 미디어빅데이터센터는 향후 국민주 형태의 회사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라며 “회사 자체의 수익성보다는 국민주, 시민단체 등으로 이뤄진 감사기구 운영 등을 통해 공적인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빅데이터 전문센터(올해 3개) 육성 시범사업에 참가한다는 계획으로, KB국민카드 등과 컨소시엄을 준비 중이다.

또, ‘토종 미디어 빅데이터 센터’에 대한 업계 협의가 무르익으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통해 관련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는입장이다.

업계 반응 엇갈려..사업적 자산 공유 어렵다 반론도

하지만, TNMS의 제안에 대해 업계에선 긍정과 부정이 엇갈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미디어 솔루션들은 넘쳐 나지만 정작 데이터 자체가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국내 미디어 기업들이 뭉쳐 비식별화된 데이터를 함께 공유하고 이를 마케팅용으로 쓰는 회사는 필요하다”고 긍정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예전에 미래부 주도로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가 만들어질 때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네이버, 현대자동차, 한화생명 등 7개 대기업이 각각 30억원씩을 출자했고 각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모아 함께 분석하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유명무실하지 않느냐”면서 “유료방송 업체든, 포털이든, 통신사든 데이터가 사업적 자산인데 이를 함께 쓰는 모델로 내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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