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K-반도체’…2030년까지 ‘510조+α’투자로 신격차 만든다(종합)

정부, 업계의견 반영 ‘반도체 특별법’ 제정 나서
10년치 용수확보…전력인프라 구축 시 50% 지원
차세대 전력·AI반도체·첨단 센서 등 핵심기술 확보
文대통령 “한반도 세계 최고 반도체 생산 기지 구축”
  • 등록 2021-05-13 오후 7:02:30

    수정 2021-05-13 오후 9:27:36

[이데일리 문승관 한광범 기자]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 구축을 목표로 한 정부의 ‘K-반도체’ 전략이 공개됐다.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510조원 이상의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 세계최대의 글로벌 반도체 생산기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반도체 특별법’을 제정하고 K-반도체 벨트 조성, 세제·금융·규제 개선 등 강력한 인센티브 제공, 반도체 인력 양성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K-반도체 위상과 초격차가 과거와 비교해 확연히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보고 대회’에서 “반도체는 국내 제조업 투자의 45%,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제1의 산업으로 최대 규모 투자를 통해 한반도 중심에 세계 최고 반도체 생산기지를 구축하겠다”며 “이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특별법’ 제정해 글로벌 반도체 경쟁 지원


이번 전략에는 정부의 절박함이 녹아 있다. 기업 간 경쟁 수준을 넘어 국가 간 경쟁으로 반도체 경쟁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반도체를 안보와 전략 물자 차원에서 접근해야할 상황이어서다.

2030년까지 10년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가 투자할 규모는 약 510조원 이상이다. 올해에만 41조8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국내 단일 산업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러한 민간 투자를 적기에 이끌어 내기 위해 정부는 반도체 특별법을 제정하고 적극적인 규제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반도체 특별법이 만들어지면 사실상의 민간 투자를 이끌어낼 모든 ‘K-반도체 전략’ 지원책이 담긴다. 특별법을 제정해야 세액공제를 비롯한 시설투자지원, 제반 환경구축, 연구개발(R&D), 금융지원, 인재육성 등 실효성 있는 지원프로그램 운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업계는 미국도 특별법을 제정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로 한 만큼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등 주요국은 반도체 산업의 전략적 육성을 위해 반도체 지원 내용을 법문화했다”며 “미국은 올해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 내에 반도체 지원 규정을 담았고 중국은 ‘신시대 집적회로 산업 및 소프트웨어 산업 고품질 발전 추진 정책’에 담아 반도체 산업육성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의견 수용해 파격적 규제개선 약속

이번 전략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파격적인 규제개선 약속이다. 반도체 업계가 요구한 주장 대부분을 정부가 받아들였는데 그만큼 글로벌 반도체 시장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업계는 정부에 반도체 제조시설 구축·운영을 규제하는 법안 개정을 요구했다. 이러한 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정부는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온실가스 배출권 규정, 화학물질관리법 등을 개정해 규제 합리화에 나서기로 했다.

아울러 반도체 제조시설에 필수적인 용수물량, 폐수처리, 전력공급 등을 선제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용인을 반도체클러스터 부지로 낙점한 뒤에도 이 곳에서 공업용수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 왔다.

수로가 지나가야 할 자리에 있는 지자체와 주민 반대, 수도권 규제 등이 가로막고 있어서다. 정부는 평택, 용인 등에 있는 반도체 공장(Fab)의 안정적인 가동을 위해 ‘2040 수도정비기본계획’에 필요한 용수물량을 우선 반영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용인·평택 등의 10년치 반도체 용수 물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가칭 ‘핵심전략기술 관련 반도체 제조시설이 위치한 산단’ 등의 전력 인프라 구축 시 최대 50%(국비 25%, 한전 25%)를 지원하기로 했다. 반도체 폐수를 활용한 초순수 생산 R&D 등을 통해 공업용수 재이용률을 극대화하고 현재 프랑스와 일본 등 외국기술에 의존하는 초순수 생산 기능을 2025년까지 자립화할 예정이다. 초순수로 불리는 다량의 깨끗한 물은 반도체 수율을 높이는데 필수적인 조건으로 꼽힌다.

차세대 전력·AI반도체 등 핵심기술 확보로 ‘신격차’ 만든다

정부가 이번 전략에서 핵심으로 꼽고 있는 또 다른 한 축은 차세대 전력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핵심기술 확보다. 초격차 유지와 신격차 창출을 위해 차세대 전력 반도체, AI 반도체, 첨단 센서, 소·부·장 등 반도체 산업 전반의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차세대 전력 반도체는 디지털·그린뉴딜의 핵심부품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고 주요국과의 기술확보 경쟁이 심화하는 분야로 특히 화합물 기반의 SiC(실리콘카바이드), GaN(질화갈륨), Ga2O3(갈륨옥사이드) 차세대 전력 반도체는 초기시장 선점이 중요하다.

AI반도체의 선도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2024년까지 고성능·저전력 NPU 등 독자적 기술력을 확보하고 핵심기술 간 연계·융합으로 차세대 AI 반도체를 2029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미래 컴퓨팅 패러다임을 바꿀 신개념 PIM 반도체 기술, 레벨 4이상 자율주행용 AI 반도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SW) 플랫폼 개발도 신규 추진한다.

PIM이란 연산(프로세서)·저장(메모리) 기능을 통합한 반도체다. 정부는 9924억원 규모의 PIM 인공지능 반도체 핵심기술개발 사업 본예타 2028년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개발에 2029년까지 총 1조96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차세대 전력 반도체, AI 반도체, 첨단 센서 등에 1조5000억원 이상의 신규 R&D를 추진하고 10년간 1조원을 지원하는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 개발에 나서는 등 2조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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