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물가 상승폭 줄었지만…근원물가 고공행진에 유가 불안도

3월 물가 4.2%↑…유가 하락에 2개월째 4%대 둔화
여전히 높은 근원물가…2년여 만에 소비자물가 역전
주요 산유국 추가 감산 변수…"물가 순차 반영될 것"
정부도 한은도 "불확실성 있는 상황" 공통 진단
  • 등록 2023-04-04 오후 6:39:09

    수정 2023-04-04 오후 7:30:30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최정희 기자]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4%대 초반대로 떨어지며 1년 만에 최소 상승폭을 나타냈다. 다만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인 데다, 주요 산유국들의 전격적인 추가 감산 조치까지 겹치면서 향후 물가 움직임을 낙관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0.56(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4.2% 올랐다. 지난 2월(4.8%) 10개월 만에 4%대로 떨어진 데 이어 2개월째 내림세다. 상승 폭은 작년 3월(4.1%) 이후 12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물가 상승률은 작년 △4월 4.8% △5월 5.4% △6월 6.0% △7월 6.3%까지 가파르게 오른 뒤 점차 둔화하는 양상이다.

전기·가스·수도는 28.4% 올라 전월(28.4%)에 이어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이어갔다. 농축수산물도 3.0% 올라 전월(1.1%)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하지만 석유류 가격 하락세가 전체 물가상승률을 끌어내렸다. 석유류는 전년동월대비 14.2% 내려 2월(-1.1%)에 이어 두 달째 하락세를 보였다. 2020년 11월(-14.9%)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휘발유(-17.5%)와 경유(-15.0%), 자동차용LPG(-8.8%) 등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물가 상승률 둔화가 뚜렷해졌지만, 근원물가가 가라앉지 않고 있어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1년 전보다 4.8% 올라 4.8% 올라 전월(4.8%)과 상승률이 같았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높은 것은 2021년 1월 이후 2년여 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전월과 같은 4.0%를 유지했다.

게다가 물가 안정세를 견인하고 있는 유가는 다시 급등세가 우려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는 지난 2일(현지시간) 하루 116만 배럴 규모의 추가 감산을 결정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산유국들이 감산하면 국제유가가 오르고, 이는 석유류를 비롯해 다른 부분에 순차적으로 영향을 미쳐 국내 물가에도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당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큰 폭 상승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근원물가 상승률의 경우 점차 낮아지겠지만 둔화 속도가 소비자물가보다 더딜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향후 물가 경로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공공요금 인상 폭과 시기 등을 변수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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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소비자물가지수 주요 등락율 추이. (자료=통계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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