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위기의식 통했다…최상목 "기업·국익 위해 모든 수단 동원"

한화오션 R&D센터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민관 협력 채널 전방위 가동…내가 앞장 서겠다"
정인교 통상본부장도 ''수출 비상대책반회의'' 개최
국정공백·신인도 하락…국가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
내주 ''공급망 안정화'' 기본계획 등 산업 지...
  • 등록 2024-12-11 오후 4:36:16

    수정 2024-12-11 오후 4:36:16

[이데일리 하지나 김미영 기자] “정부는 우리 기업과 국익을 지키기 위해 가용한 정책수단을 모두 동원하겠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 속에서도 차질없이 산업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최근 산업계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등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국내 정치 상황까지 겹치면서 초유의 상황에 직면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변동성이 커진데다 대외신인도에도 큰 타격을 입으면서 산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경제 문제만큼은 국내 정치와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어느 때보다다 민·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상목 “경제외교 공백 우려 불식. 내가 앞장서겠다”

최 부총리는 이날 경기도 시흥 한화오션 R&D센터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최근 국내 정치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산업경쟁력강화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멈춰 설 수 없는 필수 과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공급망안정화기금, 기업활력법, 관세정책 ‘3종 세트’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경기도 시흥시 한화오션 R&D 센터에서 수조를 둘러보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특히 최 부총리는 “경제외교 공백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민관 협력채널을 전방위로 가동하겠다”며 “경제부총리인 제가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관계장관회의를 민간 기업인 한화오션 연구개발(R&D) 센터에서 진행한 것도 이 같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최 부총리는 회의 종료 후 한화오션의 R&D 시설을 둘러보며 조선산업 현장의 목소리도 청취했다.

이날 정부는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제7차 수출 비상대책반 회의’도 개최했다. 최근 수출 동향을 점검하는 한편 해외 바이어의 방한 취소, 수출상담 중단 등 비상계엄 여파로 인한 수출 기업 애로사항 등을 파악했다. 정 본부장은 “정부와 수출 지원기관들은 튼튼한 수출 안전망을 구축해 기업들이 흔들림 없이 대외활동을 해 나갈 수 있도록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기업들을 빈틈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랴부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기 시작한 것은 이번 사태가 국가 산업 전반적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고율 관세 등 강도 높은 통상 압박이 예상되는 가운데 비상계엄 선포 후 대통령 탄핵 사태로 정부 외교 협상력은 사실상 공백 상태다.

최 부총리도 “미국발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중국의 급성장으로 우리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대한민국 경제는 반드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 기업과 국민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는 최 부총리의 발언에는 이러한 위기감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평가다.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민관 협력 강화해야”

방산·원전의 경우 이번 정치적 리스크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는 산업 중 하나다. 이들 사업의 경우 정부와 정부 간 거래가 이뤄지는 특성상 정부와 기업이 원팀을 이뤄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벌써 한-카자흐스탄 국방장관 회담이 무산된 데 이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의 방한 계획이 취소되기도 했다.

중국 공급과잉으로 오랜 불황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과 철강 산업 역시 정부 지원책이 절실한데 국정 공백으로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최 부총리는 “다음 주 반도체와 배터리 등 주요 전략산업의 공급망 안정성 제고를 위해 공공비축 고도화, 국내 생산기반 확충, 수입선 다변화 등을 담은 첫 번째 기본계획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석유화학 산업에 대해선 완화된 기업활력법 기준을 적용해 선제적인 사업재편을 유도해 나가는 한편, 저가공세로 어려움을 겪는 철강업 등에 대해선 신속한 조사를 거쳐 필요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 또한 방산, 유지·보수·정비(MRO) 등 한-미 조선협력이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조선업의 경우 관계부처가 협의를 즉각 시작해 구체적 협력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친환경·디지털 전환 기술개발, 인력 양성 등을 위한 확정된 예산·세제 지원도 신속 추진키로 했다.

환율 상승과 외국인 여행객 둔화 우려가 제기되는 항공 산업에 대해서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간 기업결합을 계기로 우리 항공산업이 글로벌 5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아테네, 코펜하겐 등 선제적 노선 신설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는 상황별 로드맵에 따라 정부 대응 능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가 안정적이라는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줄 필요가 있다”며 “이와 더불어 국정 공백이 장기화하지 않도록 사태를 조속히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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