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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육아·취업난 등 어려움 속 맞벌이를 하는 가구가 줄었다. 반대로 1인 가구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일-가정 양립이 현실화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맞벌이 가구 및 1인 가구 고용 현황(2017년 하반기 지역별고용조사)를 보면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1인가구 숫자가 맞벌이 가구 수를 역전했다. 맞벌이 가구는 지난해 10월 545만6000명으로 1년 전(554만5000명) 조사 때보다 8만9000명 줄었다. 배우자가 있는 가정 중 맞벌이 비중도 44.6%로 1년 전보다 0.9%p 줄었다. 반대로 1인 가구는 같은 기간 543만4000가구에서 561만3000가구로 17만9000명 늘었다. 어느덧 전체 가구(1935만4000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8.7%로 늘었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열 중 셋은 1인 가구인 셈이다.
일-가정 양립이 어렵고 차라리 결혼을 피하는 현 사회상을 보여주는 민낯이다. 현실적으로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기 어렵고 경력 단절 후 재취업도 쉽지 않다. 이 같은 취업난 속 결혼을 늦추거나 아예 피하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26만4500건으로 6년 연속 감소했다. 1974년 이후 44년 만에 가장 적었다. 44년 사이 전체 인구가 3000만명에서 5000만명으로 늘어난 걸 고려하면 혼인율 감소는 드러난 수치 이상이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맞벌이 가구를 유지하기 힘든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가구주 기준 30대를 뺀 대부분 연령층에서 맞벌이 가구가 비중이 줄었다. 가족이 함께 일하는 비중이 큰 농림어업(81.2%), 자영업(도소매·숙박음식점업, 59.4%) 등을 빼면 체감 맞벌이 비중은 드러난 수치보다 더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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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대조적으로 1인 가구의 평균적인 경제 여건은 개선되는 흐름이었다. 실제 개개인의 삶이 나아졌다기보단 1인 가구 중에서도 젊은 1인 가구가 늘고 농어촌 지역 고령 1인 가구 비중이 줄었기 때문이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해 10월 기준 1인 가구의 취업률은 61.1%로 1년 전 60.5%에서 0.6%p 늘었다. 1인 가구 중 취업 상태인 사람은 343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4만3000명 늘었다.
1인 가구 취업자 평균 연령도 부쩍 젊어졌다. 늘어난 1인 가구 취업자 중 절반에 가까운 6만2000명(58만2000→64만4000명)이 15~29세였다. 전체 1인가구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18.8%)도 그만큼 늘었다. 65세 이상 1인 가구 취업자 수는 34만5000명으로 5000명 늘어나는 데 그치며 전체에서의 비중(10.1%)은 오히려 줄었다.
전문가는 정부가 일-가정 양립을 뒷받침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역설했다. 맞벌이 부부 비중이 높은 나라는 모두 보육이나 탁아, 출산을 아우르는 복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가정 양립이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란 걸 반영한 결과”라며 “초년기 맞벌이 부부를 중심으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책 담당자가 관성적인 사고방식으로 조금씩 개선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사회적 변화를 이끌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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