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환경부가 7일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사실상 철회하는 내용의 ‘일회용품 관리 방안’을 내놓자, 환경 단체인 그린피스가 사실상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를 포기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 그래픽=그린피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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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는 7일 오후 언론에 배포한 ‘환경부 일회용품 관리 방안 발표에 대한 그린피스 성명서’를 통해 “오늘 환경부가 발표한 ‘일회용품 관리 방안’을 통해 정부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며 “환경부는 지난 1년간의 계도 기간 동안 소상공인을 지원해 제도를 안착시키는 대신, 일회용품 규제를 사실상 포기하는 쉬운 방법을 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특히 이번 일회용품 규제에서 제외된 종이컵은 플라스틱 코팅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빨대와 비닐봉투에 대해서도 무한 계도 기간을 줬기 때문에, 오늘 발표는 사실상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를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종이컵의 생산과 폐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을 고려할 때, 이번 일회용품 관리 방안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에서 멀어지는 행보임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 전 세계적으로도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국제 플라스틱 협약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 정부가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마지막 회의 개최국이자 우호국 연합 소속 국가로서 대외적으로는 플라스틱 오염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국내 정책에서도 강력하고 일관된 태도로 플라스틱 오염 대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것이 단순히 말뿐인 ‘선제적’ 정책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정부세종청사에서 ‘일회용품 관리 방안’을 발표하며, 오는 2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사실상 철회했다. 종이컵은 규제 자체를 없앴고, 비닐봉투는 과태료를 매기지 않기로 했으며, 플라스틱 빨대는 계도 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그린피스가 이날 환경부의 발표 이전에 발표한 ‘동아시아 지역 다회용컵 및 일회용컵 시스템의 환경성과 전과정평가(LCA)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일회용컵을 다회용컵 대여 시스템으로 전환할 경우 국내에서만 연간 2억5000만kg 이상의 탄소를 절약할 수 있다. 이는 9만2000대 이상의 내연기관 자동차가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과 같다. 또 연간 180만㎥(세제곱미터) 이상의 물과 100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절약하는 것과 같은 효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