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 박창진 "정의당 고유한 존재 의미 되살릴 것"

"청년의 희망, 노동 권리 지키는 방파제 돼야"
  • 등록 2020-09-04 오후 5:08:11

    수정 2020-09-04 오후 5:08:11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을 폭로했던 박창진 정의당 갑질근절특별위원장은 4일 “서민, 노동자, 자영업자, 비정규직이라는 말 뒤에 항상 붙어 다니던 정의당의 이름을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박 위원장은 이날 `국민에게 드리는 편지`를 통해 “언제부터인가 희망이 아닌 논란의 소재로 등장하고 있는 정의당의 고유한 존재 의미를 되살리고 싶다”며 이렇게 밝혔다.

박 위원장은 “정의당은 미래를 잃어버린 청년의 희망, 급변하는 시대에 노동의 권리를 지키는 방파제가 돼야 한다”면서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 등 다양한 노동자들이 연대하고 더 나은 삶을 꿈꾸는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위원장은 “가장 진보적인 것이 가장 대중적인 정치임을 증명하겠다”며 “수많은 시민들이 나란히 설 수 있는 길을 가겠다”고 다짐했다.



[박창진이 국민에게 드리는 편지]

“국민과 함께 부활하는 정의당을 꿈꿉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진보정치를 응원해주시는 시민 여러분, 박창진입니다.

오늘 저는 정의당 당 대표에 도전하며 여러분께 편지를 씁니다.

먼저 감사하다는 말씀부터 드립니다. 제가 거대한 기업의 부당함에 맞설 때 수많은 국민 여러분이 제 손을 잡아주셨습니다. 대한민국의 세습 자본이 막강한 권력과 폭력을 휘두르고, 저와 동료들이 가면을 쓰고 거리에 나섰을 때, 그 싸움을 끝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땅의 평범한 국민 한 분 한 분의 지지와 응원 덕분이었습니다.

저는 그 싸움의 과정에서 진보 정치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수많은 정치 세력 중 진심으로 손을 잡아준 곳이 정의당이었습니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우리가 가진 건 없지만 함께 합시다’라고 고 노회찬 대표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 말씀에 용기를 얻고 한 사람의 노동자에서 노동자를 위한 정치의 길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저에게 ‘왜 정의당이냐’고 묻지만, 이 작은 정당은 우리 사회 모든 ‘을’들을 위한 정당이고, 그 가치는 매우 중요합니다. 저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우리 당’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소중한 정의당이 지금 국민 여러분의 박수를 받고 있지 못합니다.

지지율은 떨어지고, 한 명 한 명이 작은 우주와 같은 당원 수천 명이 당을 떠났습니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었지만 의석은 6석이 되었습니다. 6석 의석은 그 수가 적은 게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기대와 정의당의 의미가 축소되었다는 데 심각성이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말씀하고 계십니다. “내가 알고 지지하던 정의당이 아닌 것 같다.” 지도부부터 평범한 당원들까지 모두가 이 위기 앞에 고뇌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정의당에 깊은 애정을 가진 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답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번 정의당 당 대표 선거에 도전하는 이유입니다.

저는 정의당 본연의 임무를 생각합니다. 정의당의 정치는 다수 서민의 생존을 지키고 소외된 이들에게 시민의 권리를 찾아주는 것이었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정치의 주인이 되는 길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본분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정의당은 희망이 아닌 논란의 소재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정의당의 고유한 존재 의미를 되살리고 싶습니다. 서민, 노동자, 자영업자, 비정규직이라는 말 뒤에 항상 붙어 다니던 정의당의 이름을 되찾고 싶습니다.

저는 정의당의 가치를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정의당을 지지해주셨던 것은 우리가 오늘을 바꾸는 ‘내일의 정당’이었기 때문입니다. 극심해지는 불평등 구조에 가장 과감하게 맞설 정당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정의당은 미래를 잃어버린 청년의 희망이 되어야 합니다. 급변하는 시대에 노동의 권리를 지키는 방파제가 되어야 합니다.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 등 다양한 노동자들이 연대하고 더 나은 삶을 꿈꾸는 곳이어야 합니다.

저는 정의당의 미래를 생각합니다. 진보정당 정의당은 과거 민주화 운동과 사회 운동의 결실입니다. 그 운동을 대표하는 분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을 함께 바꿔 온 소중한 역사입니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합니다. 진보정당의 역사는 너무도 소중하지만, 새로운 시대의 방식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진보정당은 이제 누군가가 이끄는 방식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새로운 열망들이 모이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정치에 자신의 목소리가 직접 반영되기를 원하는 다양한 시민들이 만나는 곳, 서로의 다름을 확인하는 곳이 아니라 불평등에 맞서 공동의 목표를 만드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정의당의 존재 이유, 가치, 미래를 향한 솔직한 목소리를 내려고 합니다. 겸손하지만 당당하게, 이 땅의 평범한 노동자로서 정의당의 당대표가 되고자 합니다. 정의당의 옆에 더 많은 시민들이 설 수 있게 밑거름이 되겠습니다.

국민과 함께 더 넓어지겠습니다. 민주당 2중대에서 벗어나겠다면서 더 작아지지 않겠습니다. 가장 진보적인 것이 가장 대중적인 정치임을 증명하겠습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나란히 설 수 있는 길을 가겠습니다.

국민과 함께 더 변화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오로지 어제의 정의당과 경쟁하겠습니다. 남을 지적하기보다 우리의 항로가 정확한가에 집중하겠습니다. 우리가 대변해야 하는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맨눈으로 보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 박창진은 진보정당 정의당의 새로운 문을 여는 일에 나서겠습니다. 정의당의 쇄신과 저의 도전을 응원해주시고 손잡아주십시오. 국민과 함께 부활하는 정의당을 만들겠습니다. 많은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2020년 9월 4일 정의당 박창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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