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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이스탄불로 ‘나 홀로 여행’을 떠난다는 이민희(39)씨는 “선거 결과가 누구의 승리로 나오든 민주주의 사회에서 바람직한 상황이 아닌가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전국 3507개 투표소에서 사상 첫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일제히 시작됐다. 인천국제공항 3층에 마련된 사전투표소 앞은 이른 시간부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여행객 유권자들이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어지간한 출국 수속 보다 긴 행렬에 시민들은 놀라는 눈치였다. 일부는 혹시나 비행기 출발 시각을 놓치지 않을지 연신 시계를 들여다봤고 20~30대 젊은 층은 투표소 앞에서 셀프 카메라로 ‘인증샷’을 찍는 등 즐거운 표정이었다.
인천국제공항·서울역 등 사전투표소 이른 아침부터 장사진
‘황금 연휴’를 맞아 여행을 떠나거나 고향을 찾는 시민들은 인천공항과 서울역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약혼녀와 대만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던 신상규(43)씨는 “스케줄에 맞출 수 있어 선거 때마다 사전투표를 해왔다”면서 “어느 정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감안해 공항에 일찍 도착했는데도 지금껏 사전투표 중 가장 줄이 긴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투표소가 1곳인 탓에 대기 시간이 30~40분 이상 걸리면서 불평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미국 워싱턴으로 출장길에 오른 김모(47)씨는 “투표하려는 사람이 많은 건 좋은 현상이지만 무작정 기다리다 되레 투표하려던 사람들도 그냥 가버릴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선관위 측은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몰리자 애초 10대 준비했던 투표용지발급기를 부랴부랴 2대 더 늘렸다.
서울역·용산역 등에도 사전투표에 참여하려는 발길이 종일 이어졌다. 휴가를 나온 군인들도 투표소를 향했다.
연휴를 맞아 부산으로 부부 여행을 떠난다는 이은순(57·여)씨는 “거주지에서 할 때는 투표소가 멀어 미루다 못 간 경우도 있었는데 투표소를 찾아가지 않아도 돼 정말 편리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정모(20)씨는 “내 손으로 뽑는 첫 대통령 선거라 많이 떨린다”면서도 “연휴도 연휴지만 국민의 권리를 잊지 않고 행사해야 ‘국정 농단’ 같은 부끄러운 과거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대학들이 몰려 있는 신촌에서는 등굣길 전과 공강 시간을 쪼개 투표소를 찾는 대학생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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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보아, 조국 서울대 교수, MBC 무한도전 멤버, 안도현 시인 등 유명 인사들도 사전투표에 참여한 인증샷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세월호 참사 유족 ‘예은 아빠’ 유경근씨도 자신의 트위터에 “예은이와 함께 투표할 수 있다면 좋았을텐데”라며 “세월호의 진실에 한 표 찍을 것”이라고 썼다.
일부 시민은 가장 먼저 투표하려고 전날부터 노숙을 하거나 투표소가 문을 열기 전 이른 아침부터 대기한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됐다.
사진작가 김원재(36)씨는 트위터에 ‘1등으로 투표하려고 밤새는 중입니다’는 글과 함께 신사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다리는 사진을 올렸다.
사전투표는 이날부터 5일까지 이틀간(오전 6시~오후 6시) 실시된다. 신분증만 있으면 주소지에 상관 없이 전국 어느 투표소에서나 가능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사전투표 첫날인 이날 오후 5시 현재 투표율은 10.60%로 집계됐다. 선거인 총 4247만 9710명 가운데 450만 1608명이 투표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20대 총선 사전투표 첫날 투표율(5.45%)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에 따라 대선 사전투표율은 지난 총선 사전투표 최종 투표율(12.19%)를 넘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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