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합병 큰 걸림돌이었던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을 결정지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화물특수로 역대 최대실적을 썼던 지난해보다는 이익 규모가 크게 줄었지만 올 들어서는 성수기를 맞아 가장 좋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대한항공 여객기 뒤로 아시아나 항공기 등이 세워져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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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대한항공은 올 3분기 매출액 3조8638억원, 영업이익 520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 분기 대비해 각각 9.3%, 11.2% 증가한 수치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영업이익 규모가 38%나 줄었지만 여기에는 지난해 이례적인 화물사업 호황에 따른 착시효과도 한몫 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과 2019년 3분기에는 각각 3928억원, 1179억원의 이익을 거둔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올 들어 분기 최대 이익을 냈다. 아시아나항공의 3분기 영업이익은 1267억원으로 올 1분기(925억원)와 2분기(1089억원)를 상회했다.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화물사업 대박을 냈던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는 44.8%나 줄었지만 올 들어서는 확실히 실적을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 [그래픽=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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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의 실적은 앞으로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합병이 또 연기되더라도 독자생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기존 대한항공에 팔았던 3000억원의 전환사채(CB)를 기존 금리보다 낮은 금리(4.7%)로 차환하는 등 재무지원을 받았지만 여전히 대외 환경은 불안한 상황이다.
우선 1300원대를 유지하는 원달러 고환율에 따른 부담이 상당하다.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료 등을 달러로 지급해야 하는 항공사 입장에서는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은 올 3분기 1267억원의 이익을 내고도 31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항공사 매출원가의 30%가량을 차지하는 항공유 가격이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국제환경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변수다.
아시아나항공은 화물사업 매각과 함께 대한항공으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 명목으로 받은 7000억원을 운용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만약 합병이 무산되면 이행보증금 1500억원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토해내야 한다. 합병이 성사된다면 문제 없겠지만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