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반기보고서 검토의견 ‘적정’으로 거래정지 등의 위기를 피한 한국항공우주(047810)(KAI)가 이번에는 실적에 발목을 잡히게 됐다. 회계 투명성을 강조하기 위해 실적을 조정했는데 이 때문에 신용등급 강등과 연간 실적 악화 우려에 처한 상황이다.
KAI가 정정된 재무제표와 2분기 실적을 공개한 후 나이스신용평가는 17일 곧바로 KAI를 ‘신용등급 하향 검토 등급 감시대상’에 등재했다. 말 그대로 지켜보다가 일정 수준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는 소리다. 현재 KAI의 신용등급은 ‘AA-’로, AA급 우량 등급에 속하지만 ‘A’급 신용등급으로 하락할 위기에 놓인 것. 현재는 나이스신용평가만이 신용등급 하향 검토대상에 KAI를 올렸으나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도 조만간 KAI에 대한 부정적 검토 의견을 낼 가능성이 크다.
상반기 실적 공시 이후 증권사들은 KAI의 올해 실적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주가 상승의 모멘텀이 될 수 있는 신규수주도 현재로선 기대하기 어렵다. 7월 기준 KAI의 누적수주는 1조6000억원으로 기존 수주 목표의 24%에 불과하다. 이를 반증하듯 KAI 주가는 14일 반기 보고서 발표 후 16일에만 반짝 16%가 올랐고 하루 뒤인 17일에는 주가가 소폭 등락을 거듭하다 보합에 머물렀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충당금 등을 보수적으로 잡았고 일회성 비용이라고 해도 매출은 시장 기대인 7448억원에 크게 못 미친다”며 “단기 매출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