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대한변호사협회가 26일 오후 정부의 의대증원 관련 ‘의료비상사태 해결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정부의 의대증원을 성토했다. 특히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에 대해서 과학적인 추계 방법이 선행되지 않았다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냈다.
먼저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의 과정과 절차’ 주제발표에 나선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은 “정부의 급격한 의대정원 증원정책은 단순히 의대증원 숫자에 대한 찬반을 넘어 정부의 법치주의 훼손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며 “2000명 증원 과정은 물론 의대정원배정 과정 역시 근거를 알 수 없으며 정부는 회의록도 공개하지 않는 불투명한 행정을 진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자로 나선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국민의 생명·건강을 핑계로 정부의 불합리한 의료 정책에 대한 국민 저항권을 무시하는 건 민주화의 성과를 거부하는 시대착오적 인식”이라며 “민주적 저항권을 행사하는 전문가의 악마화는 공정·정의·상식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김창수 회장도 “정부는 수십년간 발전시켜 온 한국 의료를 단지 6개월 만에 무너뜨리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한편 변협의 세미나 소식을 접한 변호사들 중 일부는 “협회가 사실상 의사 편에 섰다”며 변협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변협이 주최한 세미나임에도 좌장과 주제발표자, 지정토론자 등 8명 중 변호사는 좌장 홍승기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과 이동필 법무법인 의성 대표변호사(내과 전문의) 2명뿐이었기 때문이다. 변협은 이번 토론회를 열면서 “의료비상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제도적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는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정부 측 인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들 중에도 의사 가족이 있을 텐데 이해충돌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변호사 단체에서 나서서 의사 집단을 옹호하려는 건 공정성 차원에서 부적절하다”며 “유사직역 문제에 더 신경써야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또다른 변호사는 “변협이 의사들 독점 이익에 이용당하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목소리를 냈다.
세미나의 공정성 지적에 대해 김영훈 대한변협회장은 “의대증원 문제가 불거진 지난 2월부터 토론회를 개최하고자 했지만, 모두가 불참 의사를 전달하다가 최근에야 비로소 의사단체 측에서 참여의사를 밝혀 열리게 된 것”이라며 “정부 인사를 초청했지만 오지 않았다. 갈등 사태에 변호사 단체가 나서지 않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