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관악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아 3시간 동안 기다린 끝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백모(28·남)씨는 녹초가 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그냥 무작정 기다리는 시간 자체가 너무 아까웠다”며 “너무 땡볕이 쫴서 사람들 얼굴에도 짜증이 가득하고 난장판이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시가 코로나19 검사 수요 폭증에 맞춰 임시선별검사소를 확대 운영하고 ‘스마트서울맵’, ‘대기인원 실시간 안내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민들의 불편은 여전하다. 지자체 홍보 부족으로 이 기능을 모르는 시민들이 대부분이라 사람이 덜 붐비는 곳이 아닌 붐비는 곳에서 땡볕을 맞으며 줄을 서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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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기준 코로나19 검사 진행 건수는 24만689건으로 전날 대비 5251건 증가했다. 일일 선별검사 건수는 4만2336건이이며 누적 검사 건수는 1120만2434건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선제검사를 받는 시민들 숫자가 폭증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지난 3일 민주노총 도심 집회에 참석한 조합원 전원(8000여명)을 비롯해 최근 확진자가 늘어난 여의도금융가·서울 32곳 백화점 직원 등 십수만명에 달하는 이들에게 코로나19 선제검사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선별진료소·임시선별검사소 등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지난 주말 마포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방문한 30대 여성 A씨 또한 오전 9시 이전에 도착했지만 대기인원이 380명이 넘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 A씨는 오후 2시 48분에야 검사를 완료했고 폭염과 기다림에 지쳐 “집에 가는 길에 너무 울고 싶었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반면 마포구 홍익문화공원 임시선별검사소에 방문한 이모(29·남)씨는 도착과 동시에 검사를 완료했다. 그는 “누구는 두 시간 기다렸다는데 여기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거의 기다리지 않고 검사를 받아서 바로 집에 돌아갔다”며 “뉴스를 통해 다른 검사소 상황을 보면서 복불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혼잡도가 지역별로 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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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낮은 인지도’ 때문에 시민들이 땡볕 아래 붐비는 선별진료소에 줄을 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데일리가 지난 주말과 19일 선별진료소·임시선별검사소에서 만난 시민들 대부분은 이 기능을 알지 못했다. 평소 근무하던 직업소개소에서 선제검사를 받으라는 요청에 선별진료소를 찾은 손모(50·남)씨는 “서울로드맵? 그런 거 모른다”라며 “그냥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왔다”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와 선제검사를 받으러 온 장모(18)군 또한 “(서울로드맵) 그런 거 있는지 몰랐다”라며 “홍보 자체가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자치구는 시민들이 줄을 서지 않도록 ‘전자 번호표’를 배부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성동구는 지난 14일부터 구청 홈페이지에서 대기인원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을 시작했다. 현장에서 번호표를 수령한 뒤 굳이 줄 설 필요 없이 근처 카페에서 대기하다가 자신의 번호가 임박했을 때 검사를 받으러 가면 되는 것이다.
직장인 백씨는 “땡볕에 번호표라도 나눠줬으면 그래도 기분이 덜 나빴을 것 같다”며 “서울시에서 이런 시스템을 제대로 홍보하고, 전체 자치구에서 번호표 시스템을 도입하면 사람들이 이 더위에 이 고생을 안 할 것 아닌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서울시 관계자는 “스마트서울맵은 원래 존재하던 사이트에 선별진료소 혼잡도 현황을 추가한 사업이라 따로 정해진 예산 없이 만들었다”며 “대기시간 감축을 위해 서울시와 자치구가 최대한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