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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최근 6개월간 70대 이상 고령층의 모바일카드 이용률은 고작 0.8%다. 100명 중 한 명이 채 안된다. 이용한 사람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이 직접 설문조사한 결과다.
모바일카드는 신용카드 혹은 체크카드의 정보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미리 저장해 상품 대금을 결제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미 30대(37.7%)와 40대(19.4%)의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했지만, 고령층에겐 딴 세상 이야기다. 몇 년 전 은퇴한 70대 오모(72)씨는 “스마트폰을 쓰긴 하지만 그걸로 결제를 한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며 “지폐를 주고 받는 게 더 편하다”고 말했다.
고령층의 디지털 금융 소외
한국은행이 27일 내놓은 지급결제수단 이용행태 조사는 아날로그 세대의 금융 소외 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은이 지난해 9월2일~11월5일 총 47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25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0대 이상 노인은 여전히 현금 사용 비중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널리 쓰이는 계좌이체조차 고령층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계좌이체(27.8%) 경험이 있는 70대 이상은 10명 중 3명이 안 됐고, 신용카드(42.8%)를 이용한 적이 있는 비율도 10명 중 4명 남짓에 불과했다. 선불카드·전자화폐(1.2%)의 이용률 수치는 극히 미미했다.
70대의 월평균 현금 이용 건수는 14.8회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 70대 이상의 계좌이체 이용 의향률은 31.8%에 불과했다. 10명 중 7명은 계좌이체를 쓸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는 뜻이다. 30~50대 입장에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응답이지만, 고령층이 현금을 가장 편하게 여긴다는 방증이다. 고령층은 현금이 편한 이유로 “지불 절차가 간단하고 지불 속도가 빠르다”(37.0%)고 답했다.
갈수록 감소하는 현금인출기
문제는 이런 디지털 금융 소외 현상에도 현금 인출 채널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기관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영업점 수는 물론 CD/ATM 같은 자동화기기 수를 줄이고 있어서다.
한은에 따르면 CD/ATM 설치 대수는 2013년 8만6800대를 기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2016년(7만9700대)에는 2009년(7만9600대) 이후 처음 8만대 선이 깨지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금융기관 점포 수도 2012년 7698개를 정점으로 하향 추세다. 지난해 9월 현재 6851개까지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70대 이상의 현금 및 대면거래 의존도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특성을 보였다”며 “현금 인출 채널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