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채용제도 개편 배경은.. "SSAT 과열 막고 실무인재 선발"

열린채용 시행 20년만에 개편.. 내년 하반기 공채부터 적용
전형절차 5단계로 늘려.. 직군별 특성반영 다양화
  • 등록 2014-11-05 오후 6:05:02

    수정 2014-11-05 오후 6:05:02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삼성그룹이 내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부터 현장 중심의 실무형 인재를 뽑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기존 시험 위주의 획일적 채용방식을 직군별로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신입사원 채용제도를 개편한다.

5일 삼성이 발표한 신입사원 채용제도 개편의 특징은 다양한 직군별 직무역량을 서류로 미리 검증하는 ‘직무적합성 평가’를 도입하고, 신입사원 공채 필기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단순히 시험만 잘 치르면 되는 것이 아닌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논리를 전개할 수 있는 인재를 평가하기 위해 ‘창의성 면접’도 새롭게 도입했다.

이는 신입사원을 뽑아 직무교육을 거쳐 업무에 투입해 적응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계열사나 해당부서에서 자신들이 전문성을 갖춘 적합한 인재를 직접 뽑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기에 매년 20만명의 지원자가 몰리면서 사회적 비용부담이 커진 SSAT의 과열응시 현상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삼성 관계자는 “미래 경영환경의 변화와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사례, 입사 후 우수직원들의 업무성과 요인 등을 분석한 결과, 직군별 성과요인에 차이가 있어 직군별 다양한 채용방식을 도입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직무적합성 평가·창의성 면접’ 새로 도입

삼성은 이번 채용제도 개편으로 기존 ‘SSAT→실무면접→임원면접’ 3단계에서 ‘직무적합성평가→SSAT→실무면접→창의성 면접→임원면접’ 5단계으로 절차가 늘어났다.

그동안은 SSAT 시험을 잘 치르면 면접을 볼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직무적합성 평가를 통과해야 SSAT를 치를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이를 두고 사실상 서류전형의 부활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준 삼성 미래전략실 전무는 “직무적합성평가는 출신대학이나 어학연수와 같은 직무와 무관한 스펙은 반영하지 않는다”면서 “직무 특성과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통상적인 의미의 서류전형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직무적합성 평가는 연구개발·기술·소프트웨어 직군은 전공을 충실히 이수했는 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이공계는 어떤 과목을 이수했고, 학점이 어떻게 받았는 지가 주요 평가기준이 되고, 각종 경진대회 등에서 입상한 성적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전공과 무관하게 지원하는 영업·경영지원 직군은 직무적성 위주로 평가를 실시한다. 예를 들어 영업직은 리더십, 협업능력, 사교성 등 적합성을 갖췄다고 평가받으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를 평가하기 위해선 자기소개서와 별도로 지원자는 자신이 평소 하고싶은 직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성실히 준비했는 지를 ‘직무 에세이’를 써서 제출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직군은 SSAT를 면제받는 대신 실기시험을 치러야 한다. 4시간 동안 특정 주제에 대한 코딩과 알고리즘 프로그래밍 개발능력을 평가하는 ‘소프트웨어 역량 테스트’를 봐야 한다.

삼성은 지원자와 면접위원의 토론방식인 ‘창의성 면접’을 도입해 면접절차를 한단계 더 강화한 것도 특징이다. 지원자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논리 전개과정을 평가한다는 취지다.

창의성 면접은 영업직의 경우 1박2일 면접을 보거나 하루종일 면접을 치르는 풀데이 면접(full-day)을 치를 수도 있다. 직무적합성평가를 통과하기 위해 하지도 않은 경험을 마치 한 것처럼 허위로 ‘직무 에세이’를 제출하는 경우를 심층면접을 통해 걸러내겠다는 것이다.

삼성고시 ‘SSAT’ 과열 줄어들 듯.. 이공계 편중 우려도

삼성이 1995년 ‘열린 채용’을 시행한 지 20년만에 채용제도 개편안을 발표한 것은 SSAT가 의도와 다르게 부작용도 커졌기 때문이다.

삼성의 열린채용은 채용과정 전반에 걸쳐 학력, 성별 등의 불합리한 차별없이 누구나 지원 가능하고 실력으로 평가받는다는 취지로 시행돼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이켰다. 그러나 몇년 전부터 삼성그룹의 위상이 높아지고 입사 경쟁이 급격히 과열되면서 SSAT는 ‘삼성고시’로 불리며 ‘열린채용’의 당초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삼성은 올해초 SSAT 과열을 막기위한 보완책으로 ‘대학총장 추천제’를 마련했지만 시행도 하기 전에 ‘대학 줄세우기’라는 대학가의 거센 반발로 철회했다. 이후 삼성은 올 상반기와 하반기 공채를 기존 방식대로 SSAT와 면접만으로 진행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채용제도 개편으로 삼성의 이공계 인력 편중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한다. 이에 대해 삼성은 “가점을 전공에 따라 주는 게 아니라 지원하는 직군에 따라 주는 것”이라며 “연구개발·기술·소프트웨어직은 전공능력이 중요해 직무 역량에 적합한 사람을 뽑으려고 가점을 주는 것이며, 나머지 직군에 대해선 어떠한 차별도 없다”고 말했다.

삼성은 채용제도를 개편하더라도 지방대학 35%, 저소득층 출신 5%로 비중을 배정하던 ‘열린채용방식’ 기조는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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