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강제 수술, '테이블 데스' 될 수도"(종합)

대한상의, 국회 방문..'상법 개정안 경제계 의견' 전달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은 공감..방법론 선택 신중해야
  • 등록 2017-02-08 오후 4:40:07

    수정 2017-02-08 오후 4:40:07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LG전자(066570)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감사위원 분리선임’ 제도가 도입될까봐 걱정이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는 감사위원을 뽑을 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 이 개정안이 적용되면 LG전자의 지분 33.7%를 보유한 ㈜LG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3%의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게 된다. ㈜LG가 보유한 LG전자의 지분 30.7%는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19.58%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SDI(006400)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야당을 중심으로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려는 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상공회의소가 경제단체 중 처음으로 반대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냈다. 대한상의는 8일 ‘상법 개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담은 상의 리포트를 작성, 이동근 상근부회장 등이 국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상의는 리포트에서 “장기불황과 글로벌 경쟁으로 지친 기업들에게 경영자율성마저 제한하면 자칫 ‘테이블 데스’(수술받는 중 환자사망) 상태에 빠질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업은 신기술과 신상품이 쏟아지는 전쟁 같은 상황에서 경영하고 있다”며 “이해관계자 대표의 경영 참여를 강제하면 합리적 의사결정이 지연 또는 왜곡되고,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기업 하기 가장 힘든 환경이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상법 개정안 중 문제가 되는 것은 △감사위원 분리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근로자대표 등 추천자 사외이사 의무선임 △다중대표소송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 △자사주 처분규제 부활 등 6개 항목이다.

이 중에서도 ‘감사위원 분리선임’이 가장 큰 논란 거리다. 이 안은 소액주주가 선발하는 감사위원을 늘려 이사회 감시와 견제 기능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했다. 대주주의 입김이 들어가지 않는 감사위원이 선출된다면 총수 일가와 대주주의 전횡을 감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묶어놓다보니 외국계 투기펀드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LG가 33.7%의 지분을 보유한 LG전자, 삼성전자가 19.58%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SDI 등이 상법 개정안이 적용되면 당장 의결권 행사에 있어 불이익을 받게 된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지주회사 체제 내에 편입돼 있는 대규모 상장회사는 LG전자, SK텔레콤(017670), 두산중공업(034020) 등 17개사에 달한다. 이들에 대한 지주회사의 평균 지분율은 39.2%이고, 지분의 시장가격 합계는 50조원을 넘는다. 이들 회사에 3% 의결권 제한이 적용되면 약 35%의 주식은 감사위원이 선임시 의결권을 박탈당하게 된다.

고창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감사와 달리 이사의 지위를 겸하는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하면서 이사 선임 단계에서 의결권을 제한할 경우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다 집중투표제까지 도입될 경우 투기자본의 이사회 장악이 손쉬워질 것으로 경제계는 우려하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주총에서 두 명 이상 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株主)가 보유한 주식 1주마다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고, 이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주주 의결권 행사 방법과 이사회 멤버 구성까지 규제하는 선진국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감사위원을 분리선임하는 나라도,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나라도 전무하다.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곳도 러시아, 칠레, 멕시코 등 3개국 뿐이다.

강민재 대한상의 기업정책팀 과장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입법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상법개정안이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을 훼손하는 등 문제가 많아 무엇이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인지에 대한 보다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기업지배구조 관련제도가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만큼 제도의 강화보다는 작동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리포트는 “선진국에서 기업지배구조가 정착된 비결은 규제가 아니라, 기관투자가의 감시 역할이었다”면서 “지난해 말 우리나라도 기관투자자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한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가 도입된 만큼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후진국에서는 규제를 옥상옥식으로 아무리 쌓아도 잘 작동되지 않는 반면 선진국에서는 규제 대신 시장참여주체들의 자율규범에 의해 최선의 관행을 만들어간다”면서 ”우리도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을 감시하고,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기업은 따르게 되고,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한 이슈들도 하나씩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법개정안의 주요 문제조항


▶ 관련기사 ◀
☞[줌인]`2억년 절벽` 지키려 7년 진통…美 제2도약 꿈꾸는 LG
☞LG전자, 美 뉴저지에 신사옥 짓는다
☞LG전자, 최신 '올레드 샤이니지'로 세계시장 공략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부하들을 사지로.." 눈물
  • 근조화환..왜?
  • 늘씬 각선미
  • 청룡 여신들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