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 반도체 공급난에 '짝퉁' 반도체도 기승

대부분은 결제 이뤄지고 나면 사라지는 전형적 '먹튀'
복제·위조 기술 치밀해져…오랜 칩 새것처럼 보이기도
반도체 진위 판별 엑스레이 장비 수요 덩달아 급증
  • 등록 2021-07-15 오후 3:50:27

    수정 2021-07-15 오후 3:52:05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전 세계적인 반도체칩 부족 사태에 ‘짝퉁’ 반도체칩까지 등장했다. 반도체칩이 진위인지 판별하기 위한 엑스레이 장비 수요도 덩달아 늘었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3D 프린터 제조회사 봇팩토리는 올 봄 몇 주 동안이나 어떤 믿을 만한 유통업체로부터도 마이크로칩을 구할 수 없었다. 봇팩토리는 어쩔 수 없이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신원 미상의 판매자로부터 칩을 구매했다. 그런데 통상 쓰이는 정전기 방지팩 포장이 아닌 플라스틱 랩으로 칭칭 감긴채 물건이 배송됐다.

판매자는 물건을 팔기 전까지만 해도 정품이라고 주장했지만 봇팩토리측가 제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하자 입을 닫았다. 봇팩토리는 알리익스프레스 측에 항의했고 전액을 환불받았다. 봇팩토리의 수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앤드류 이폴리티는 “물건 대부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구매한 제품이 결함이 있거나 가짜 상품이라고 의심했다.

이처럼 올 들어 반도체칩의 공급 부족 사태를 악용한 가짜 칩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신문은 “대부분의 사례는 검색엔진에 맞춤형 광고를 낸 뒤 판매 사이트로 고객들을 유인해 구매가 이뤄지고 나면 사라지는 방식”이라며 “전세계적인 반도체칩 공급 부족 사태 탓에 악당들에겐 새로운 금광이 생겼다. 전형적인 기회주의적 범죄”라고 설명했다.

가짜 반도체칩이 늘어나자 진품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장비 판매도 크게 늘었다. 정교한 외형의 복제품부터 이미 사용했던 제품을 새 것처럼 보이게 만든 제품까지 가짜 칩 종류도 다양해지고 위조 기술도 더욱 치밀해졌기 때문이다.

영국의 반도체칩 유통업체 프린셉스 일렉트로닉은 올 들어 반도체칩 진품을 확인하기 위한 검사 요청이 4배 급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고객은 3달러짜리 칩이 진짜인지 알아보려고 수만달러 비용을 지불하게 된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칩 내부가 비어 있는지 회로도가 제대로 구성돼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엑스레이 장비의 판매도 최근 1년간 두 배 늘었다. 이 장비의 가격은 9만달러에 달한다. 전자부품 유통업체인 애스튜트 일렉트로닉스는 올 초까지만 해도 엑스레이 장비가 2대에 불과했지만 머지 않아 5번째 장비를 구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자부품 품질 및 업계 표준 등을 연구해온 이지스 소프트웨어의 마이클 포드 이사는 “일 년에 세 번 정도 위조품을 접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가짜 제품들은 사례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 전체 공급망이 손상된 것처럼 보이길 원치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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