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올해 첫 직장을 구한 30대 직장인 박 모씨는 첫 차로 2014년형 쏘나타를 중고로 구매했다. 지인을 통해 딜러를 소개받기도 했으나 결국 중고차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샀다. 신차는 애초에 선택지로 올려두지 않았다는 박 씨는 “각종 프로모션과 금리할인을 받아도 여전히 부담스런 가격인데다 되팔때 감가 비율도 크다”며 “시간날 때 중고차 앱으로 매물을 검색하고 고를 수 있어 편하게 샀다”고 말했다.
337만vs139만. 올해(1-11월) 거래된 중고차와 내수 판매량을 비교한 수치다. 중고차 시장이 신차보다 2배 넘는 수치로 거래되며 급성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중고차 거래 규모는 최대 35조원으로 추산된다.
중고차 시장이 커지는 배경으로 경기부진이 첫 손에 꼽힌다. 가계소득이 늘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은 가벼워지지만, 자동차 업계는 프리미엄 전략을 택하며 점점 비싼 신차를 내놓고 있다. 젊은 층과 서민층이 중고차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최근 거대 자본이 투입되며 소비자 편의가 개선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 딜러를 통해 알음알음 거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앱을 통해 거래하는 방식이 자리잡았다. 특히 KB·신한·현대 등 금융 계열사가 대거 진출하면서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을 강화하며 편의성이 나아졌다. KB차차차(KB캐피탈), 플카(현대캐피탈) 등이 대표적이다. 신뢰가 높아지니 그만큼 수요가 는 것이다.
아직도 일각에서는 중고차 시장이 여전히 혼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고차 매매업은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 진출을 제한해 왔다. 영세업체가 난립해 있어 대표적인 ‘레몬마켓’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시장투명성 제고를 위해 대기업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때마침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지정 시점이 다가오면서 대기업의 진출 가능성이 열릴 지 관심이 쏠린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유행으로 차량 평균가격은 매년 오르고 있지만 가계 중위소득은 제자리걸음”이라며 “신차 구매가 부담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되며 중고차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