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재건축, 시공사 찾아 삼만리

수도권·지방할 것 없이 소규모 정비사업 꺼리는 건설사
조합서 분담금 늘려 공사비 증액해야 하지만 한계 있어
공사비 조달도 여의찮아…"PF규제 풀어야 그나마 숨통"
  • 등록 2023-09-21 오후 6:07:07

    수정 2023-09-21 오후 7:28:29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소규모 재건축 조합들이 정비사업 시공사를 찾는 데에 애를 먹고 있다. 조합의 덩치가 작아 스스로 공사비를 증액하기도 여의찮은데다가 공사비 조달에 애를 먹는 건설업계 상황과 미분양을 우려하는 건설사의 소극적인 태도가 복합적으로 겹친 결과로 해석된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있는 ‘천호동 107-33일대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은 이달까지 두 차례 걸쳐 시공자 선정 공고를 냈으나 유찰됐다. 복수의 건설사로부터 응찰을 받지 못한 결과였다. 이 조합에 인접한 천호동 110번지 일대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도 마찬가지로 시공자 선정 입찰이 참여업체 미달로 무산된 상태다. 두 조합이 추진하는 아파트는 354세대 규모로 상대적으로 소규모에 해당한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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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두 조합은 시공 의사를 밝힌 모 건설사와 수의 계약을 체결하기로 하고 조합원 총회를 준비 중이다. 다만 조합으로서는 아쉬운 상황이다. 여러 건설사를 ‘경우의 수’로 두고 최선의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 정비사업 사업성을 키우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곳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서울 강서구에 있는 A 재건축 조합은 두 차례 모두 시공자 선정 입찰이 유찰됐으나 수의계약을 맺을 건설사조차 없는 상황이다.

지방도 마찬가지 분위기다. 경북 포항시의 두호1041블럭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261세대 예상)은 지난 15일 시공자 현장 설명회를 열었지만 참여한 건설사가 없었다. 이번이 두 번째 입찰이었다. 조합 관계자는 “시공자 선정이 사실상 어려워 보여서 절차를 내년으로 미뤄야 할 듯하다”며 “그동안 건축 심의와 같은 다른 절차를 밟아서 차질없이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경기 안양시에 있는 향림아파트 재건축조합(271세대 예상)은 최근 시공자를 재선정하고자 입찰 공고를 냈다. 수년 전 계약을 맺은 시공사가 당시 책정한 사업비로는 시공이 어렵다는 의견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마땅한 건설사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한차례 시공사 선정 공고를 냈지만 참여 업체 부족으로 유찰됐다.

소규모 재건축에 건설사가 소극적으로 나서는 데에는 공사비 부담이 우선으로 꼽힌다. 정비업계에선 현재 평당 공사비 단가는 지난해 초과 비교해 40~50%가량 올랐다고 했다. 조합은 최대한 기존 공사비로 사업을 진행하고자 하고 건설사는 시가를 반영한 공사비를 받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간극이 큰 상황이다. 대규모 정비사업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통상 이 간극은 조합이 분담금을 늘리거나 분양가를 올려서 메우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러나 소규모 재건축은 조합원 수와 분양 주택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탓에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이다. 수천 세대에 이르는 대단지처럼 규모의 경제로 분담금을 분산하기 어려운 것이다. 건설사로서도 소규모 재건축에 발을 담그는 데에 신중한 측면이 있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 규모가 작을수록 분양 시장 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라며 “준공 후 미분양이라도 발생하면 공사비를 회수하기에 애를 먹는 부분이 리스크”라고 말했다.

정비업계는 최소한 건설사의 자금 조달 여력이라도 키워줘야 한다고 요구한다. 시공자 선정에 실패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소규모 재건축에 뛰어드는 중견 건설사 설명을 들어보면 공사비 조달 우려 탓에 사업에 적극적이지 못하다고 했다”며 “지금으로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규제 완화 기대를 걸고 있다. 이를 풀어주지 않으면 소규모로 이뤄지는 정비사업은 제때 시공사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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