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중국이 전 세계 배터리(이차전지) 산업의 가치사슬(밸류체인)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의 효과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래 핵심 산업이 될 배터리 산업의 육성하는 차원에서 정부와 국회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29일 서울시 중구 KG하모니홀에서 열린 ‘이데일리 K-모빌리티 포럼’에서 “(정부 등이) 국내 배터리 산업의 체질이나 기반을 너무 소홀히 여기고 있다”며 ”미국이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을 발효한 점이 오히려 국내 배터리 산업에 장기적으론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KG타워 KG 하모니홀에서 열린 2022 이데일리 K-모빌리티 포럼에서 ‘차세대 배터리의 시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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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중국이 마이닝(원광 채굴)부터 배터리 소재 가공, 배터리 셀·완성품 제작, 전기차 생산까지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으로, 과장해서 얘기하면 ‘배터리 차이나’라고 할 정도”라며 “이런 상황을 경고해도 정부는 전구체를 할당관세 품목에 추가하는 등 국내 배터리 산업의 기반을 흔드는 정책을 펼쳐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미국의 IRA나 유럽연합(EU)의 원자재법(RMA) 도입이 오히려 국내 배터리 산업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 EU도 배터리 원료·소재에 대한 높은 중국 의존도를 우려해 IRA와 RMA를 각각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이 같은 법안이 탈(脫)중국 공급망 구축에 도움이 되리란 전망이다.
그는 차세대 배터리로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LFP(리튬·철·인산) 등 세 종류의 리튬이온배터리가 차세대 모델로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내세우는 NCM 배터리로 중국이 주도하는 LFP 배터리를 누르고 시장 주도권을 차지하긴 쉽지 않으리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박 교수는 “리튬은 니켈보다 채굴하는 데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는 등 수급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광물”이라며 “최근 국내에선 LFP 배터리 가격이 오르니까 올해 3분기엔 (NCM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는) 국내 배터리 업계가 더욱 경쟁력이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장기적으론 맞지 않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KG타워 KG 하모니홀에서 열린 2022 이데일리 K-모빌리티 포럼에서 ‘차세대 배터리의 시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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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박 교수는 이날 국내 배터리 업계가 생산인력·능력에선 비교적 뛰어나지만, 기초·재료 부문에선 상당히 약하다는 지적도 꺼냈다. 그는 “국내 리튬이온배터리 쪽의 학계와 연구계의 기초가 매우 약하고, ‘사용 후 배터리’라는 개념 없이 ‘새 배터리’와 ‘폐 배터리’로만 구분되는 등 배터리 생태계에 대한 이해 수준도 굉장히 낮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박 교수는 배터리 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새 배터리·사용 후 배터리·폐 배터리를 3대 축으로 해서 배터리 생태계를 제대로 조성하고, 그동안 약점으로 언급됐던 기초·재료 부문의 인력도 양성해야 한다”며 “새 정부에서 혁신 인재와 산업기술 인재 양성을 아우를 수 있는 정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차세대 배터리 시대는 배터리 대량 소비 시대로, 배터리는 과학기술 기반의 탄소중립을 구현하는 데 그 중심이 될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에서 주체적으로 배터리 산업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를 두고 논의를 벌이고, 지난해 정식 출범한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도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을 만들기 위해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