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온플법 당정 수정안 봤더니…규제대상 줄었다지만 여전히 과해

공정위안 대상 조정하고, 방통위안 중복항목 삭제
최소규제처럼 보이나 시어머니 3명 두게 된 K-플랫폼
미국과 유럽 규제 대상은 4~5개…우리는 20개 기업 이상
차기 정부에서 디지털경제 전환 정책 만들면서 논의해야
기업들, 규제영향평가 요구..과기부 일각도 우려
  • 등록 2021-11-22 오후 5:59:57

    수정 2021-11-22 오후 6:15:50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ICT 업계의 비판에도 정부와 여당이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온플법) 제정에 속도를 내자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정은 올해 정기국회 내에서 처리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인터넷 기업과 스타트업들은 졸속입법을 당장 멈추고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차기 정부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안 대상 조정하고, 방통위안은 중복항목 삭제

22일 이데일리가 입수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 설명자료’와 ‘디지털 플랫폼 발전과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안(방통위·과기정통부 협의에 따른 내부 수정내용을 포함한 종합본)’에 따르면 공정위 소관 법에선 규제 대상 범위를 정부 애초안보다 10배 상향했다.

기존 공정위안의 규제 대상 범위는 중개 서비스에 따른 총매출액 100억원 또는 중개거래금액 1000억원이었으나, 수정안은 매출액 1000억원 또는 중개거래금액 1조원 이상인 사업자 중에서 과기부와 협의해 시행령으로 정한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다.

공정위안의 규제 대상에서 온라인 광고 플랫폼(배너광고 등)을 제외하고, ‘중개 거래 플랫폼’으로만 한정했다. 개인 간 재화 또는 용역 거래와 관련한 연결수단을 제공하는 C2C 거래 플랫폼(당근마켓 등)도 규제 대상이 아님을 단서에 신설했다.

아울러 소재지·준거법률 관계없이 국내 입점 업체와 국내 소비자간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을 규율대상으로 규정해, 해외에 주소지를 둔 플랫폼 업체도 규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했다.

방통위 소관 법안(전혜숙 의원 발의법)은 계약 해지·변경 또는 서비스 중지·제한 시 사전 통지 의무 등 공정위안과 중복되는 13개 사전·사후규정을 삭제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또한, 법률 이름을 디지털 플랫폼 발전과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안으로 바꿨다.

당정은 공정위와 방통위의 중복 규제를 삭제하는 방향으로 당 차원의 최종안을 만들어 내달 9일 종료되는 정기국회 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최소규제처럼 보이나 3명의 시어머니 두게 둔 K-플랫폼

그러나 차기 대선을 불과 4개월도 안 남긴 상황에서 여권이 급하게 플랫폼 규제법을 만드는 데 대한 우려는 크다.

겉으로 보기엔 부처 규제 중복을 해결하고 업계의 의견을 수용한 듯 보이나, 기업들 입장에선 공정위, 방통위, 과기부라는 2, 3개의 시어머니를 두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법과 방통위법이 모두 플랫폼을 관할하면 기업입장에서는 여럿의 시어머니를 모셔야 한다”면서 “중개 거래 플랫폼이라도 공정위법과 방통위법 모두에서 규율 받는다”고 하소연했다.

상품 판매를 중개하는 플랫폼이라면 △공정위로부터 불공정거래 금지 규제를 받는 동시에 △방통위법에서도 디지털 플랫폼사업자로서 공정하고 차별 없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 이 같은 상황은 플랫폼의 소관부처가 현 정부에서는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규제 대상은 4~5개…우리는 20개 이상 규제

업계가 우려하는 두 번째 이유는 적용대상을 상향했다 하더라도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쉽게 걸려들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적용대상이 20개 정도라지만 성장이 빠른 플랫폼 업의 특성상 1~2년 사이에 대상이 되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면서 “소상공인들이 활동하는 플랫폼 사업자들을 과하게 규제하게 되면, 위험부담을 낮추기 위해 소상공인들은 다 밀어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들은 입법 근거도 불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등 글로벌 거대 플랫폼 기업이 가진 우월적 지위를 한국의 기업들에 대입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검색엔진에서 네이버(52%), 구글(43%) 등 점유율이 유동적이며, 자국 플랫폼 기업이 없어 무조건 견제해야 유럽과도 상황이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법률의 효과 분석도 내놓지 못한 채 새로운 규제만 필요하다고 하는 행태를 멈추고, 엄정한 사전입법 영향 분석을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규제대상 기업 숫자도 논란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규제 적용 대상을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중심의 4~5개로 최소화했고, 일본도 아마존, 야후, 애플, 구글, 락쿠텐 등 5개 기업으로 줄였다.

그런데 이 같은 당정 협의안이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되면 여전히 20개 이상의 한국 플랫폼이 규제 틀 안에 들어올 전망이다.

과기정통부도 업계 우려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협의에 나설 뜻을 밝혔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플랫폼에 대해 규제가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공감하고 있다”며 “혁신을 건드리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규제 대상을 확 줄이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부처 간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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